본사 오피스로 전근을 온 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지금은 재택근무 비율이 상당히 높긴 하지만 일본 오피스의 독특한 점심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일본 비즈니스의 중심지
본사 오피스는 마루노우치에 위치하고 있다. 마루노우치는 일본의 금융·경제의 중심지로, 시중은행(메가뱅크) 본점이나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 본사 빌딩이 많이 들어서 있어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곳이다. 위 사진처럼 도쿄역-오테마치역-유라쿠초역 쪽이 소위 마루노우치권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구글맵에서 빨간 테두리 부분이 마루노우치 지역이다. 바로 뒤 초록색 넓은 부분이 일왕이 살고 있다는 황궁(皇居)이다. 옛날 에도시대의 성이 있었던 만큼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황궁 주변을 걷다 보면 러닝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한 바퀴가 딱 5km가 되는 거리라 러너들에게 인기가 많다. 넓은 황궁외원의 아름다운 경치는 덤이다.(일본에서는 이걸 皇居ラン이라고 한다.)
이처럼 과거의 상징인 황궁과 현대를 상징하는 고층 빌딩숲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색다른 일본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마루노우치의 장점이다. 한국으로 치면 경복궁이 있고 오피스가 밀집해 있는 광화문과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일본 취업 사이트 리쿠나비에서 마루노우치에 위치한 기업 리스트를 게재하고 있어 소개한다. 일본 메가뱅크 3사,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마루노우치에 위치하고 있다. 또 이 지역은 대부분의 부동산을 미쓰비시 그룹이 소유하고 있어 미쓰비시 그룹 내 회사들의 본사가 이 지역에 많이 위치해 있다. 마루노우치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사무직 여성을 지칭하는 마루노우치 OL(Office Lady)은 취준생들의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마루노우치는 쇼핑과 맛집의 거리이기도 하다. 오피스 빌딩 1층에는 고급 패션 브랜드, 카페, 고급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고 야외석이나 테라스가 있는 가게도 많다. 그래서 항상 근사한 식당에서 밥을 먹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업무 지구인만큼 확실히 외식 물가가 비싸서 금전적 측면에서 매일 점심을 식당에서 먹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도시락은 일본 회사원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일본은 점심을 회사 사람들이랑 먹기보다는 본인의 스케줄에 따라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가 강해서, 회의가 계속 잡혀있거나 할 일이 많으면 점심을 사 와서 사무실 자리에서 먹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회사 근처의 거리 곳곳에는 도시락을 파는 간이 판매대나 오직 점심 도시락 판매가 목적인 푸드 트럭을 많이 볼 수 있다. 가격대는 메뉴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700엔~1200엔 정도 사이에서 영양가 있는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실제 사 먹어보면 먹을 만하고 가격도 물가에 비해 비싸지 않다.
편의점 도시락도 빼놓을 수 없다. 회사 건물에 있는 지하 1층 편의점은 점심시간이 되면 끼니를 해결하려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원래 도시락을 그리 즐겨 먹는 편이 아니었는데, 일본 도시락은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괜찮아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한 끼 식사를 자주 해결하고 있다. 저녁에 슈퍼를 가면 도시락을 반값에 판매하는 곳도 많다.
아래 사진들은 회사 근처 식당에서 먹은 점심들이다. 가격대가 조금 있긴 하지만 선택지는 아주 다양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