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취가 쏘아 올린 공-자신감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나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수시로 실증내고 중도하차를 하던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동네방네 달리기 한다고 떠들었다가 나중에 그만 두면 '요즘은 달리기 안 해?'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나는 뭐라고 할 것인가.
'응 나는 뭐 하나 제대로 못 해내는 루저인 거 잘 알잖아. 이번에도 일주일 하고 그만뒀어. 헤헤헤'
생각만 해도 싫었다. 지금까지 내가 돈만 쳐들이고 성과 없이 그냥 접어버린 프로젝트는 양손으로 꼽는다. 2019년에는 도메인만 5개를 사며 온라인사업을 한다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광고를 하며 돈을 썼다. 2020년에는 핸드메이드 주얼리 사업을 한다며 보석들을 대거 구입하며 팬데믹 고용지원금을 다 썼다. 또 시어머니가 하시는 건강식품 사업을 한다고 뛰어들어 시어머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2주 만에 그만뒀다. 2021년에는 북스타그램을 한다며 책을 엄청 사놨지만 대부분 완독을 못하고 먼저만 쌓였다. 2022년에는 유튜브를 한답시고 친구들에게 링크를 보내고 엄마한테 구독을 부탁했지만 3개월을 못 넘겼다.
실패,
실패.
포기,
실패.
포기.
사람이 실패를 계속하다 보면 나중엔 시도조차 하기가 두려워진다.
하지만 1주, 2주 시간이 점점 지나 달리러 나가는 아침시간이 고통스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점점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하면서 내가 하는 것이라곤 부지런히 다리를 놀리는 일밖에 없었건만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뛰는 그 단순한 움직임 자체만으로도 달리지 않는 사람보다 내가 훨씬 더 낫다는 일종의 쾌감을 느끼게 되었다.
달리면서 찍은 셀카를 남편과 친정엄마에게 카톡으로 매일 보냈는데 일주일이 지나자 '얼마 하다가 그만두겠지...'라며 반응이 없던 친정엄마도 '오늘도 달렸어? 수고했네!' 라며 칭찬을 했다. 남편의 반응은 더 극성이었다. 생기 넘치는 내 얼굴을 보며 그는 항상 감격에 가득 찬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히히힝 웃는 당나귀 이모티콘을 보냈다.
'Yay! My healthy honey!!! 예이 내 건강한 허니!!!'
라며 남편도 일하는 동료와 사진을 찍어 보내거나 쉬는 날이면 고양이와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진 등을 카톡으로 보냈다. 나는 그저 달렸을 뿐인데 남편과 가족, 친구들 모두에게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어리둥절했다. 내가 이런 격려를 받은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지? 기억도 안 난다.
가족에게 격려를 받고 보니 달리기를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선수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고 의사도 아니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평범한 옷을 입고 동네를 달리는 일은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속에 작은 자신감과 '나도 뭐 하나 잘하는 일이 생길 거 같아!'라는 희망이 생겼다.
달리기를 잘했다.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