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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프란 곽여사 Sep 12. 2023

11. 젊어도 삶을 포기하는 이유-고통스런 삶

나를 끝까지 책임지려면 체력이 필수

13킬로 뛰었다

유튜브를 끊은 지 아주 오래됐는데 (6개월 정도) 갑자기 뭘 찾아볼게 생겨 들어갔다가 유품처리사의 채널을 시청하게 되었다. 너무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에 약간의 혐오감이 들었지만 그 현장에 얽힌 이야기는 나를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그 현장에서 고독하게 간 여성이 나를 비롯해 그 누구의 이야기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현장은 아주 작은 원룸이다. 아주 좁은 정 사각형의 타일로 된 현관을 비좁게 지나면 방 한 칸이 훤히 보이는 사이즈였다. 침대 위엔 어지럽게 널린 옷가지와 정돈 안 된 침구들 (어메 이거 내 이야기 ㅜㅜ 치우자!!!) 그리고 고인이 된 분의 것인 약봉지가 널려있다. 그분은 38세의 젊은 나이에 몸이 편치 않아 홀로 고생을 하다 비관자살을 했다고 한다. 고인의 생활감이 그대로 남은 어지러운 탁자 위엔 평소의 힘든 생활을 넋두리하듯 써놓은 일기가 발견되었다.


그 좁은 정사각형의 현관에는 고인의 몸에서 빠져나온 고통의 세월의 흔적들로 가득한데 거기서 파리와 악취가 발생하자 이웃주민이 민원을 제기하고 나중에 고인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가족이 있어 그 집의 청소를 의뢰했다고 하는데 가족이 있어도 보살핌을 받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고인은 안타깝지만 나는 그 가족들을 손가락질하고 싶지 않다. 아마 고인도 그런 마음에서 홀로 살아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할 수 있는 희생은 사실 무척이나 좁다. 내 인생을 통째로 갈아 넣어야 하는 희생은 사실은 부모 만이 할 수 있는 희생이다. 자식도 부모를 위해 평생 희생을 하지 못하고 형제도 형제를 위해 큰 희생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을 다 갈아서 누구의 인생을 책임질 것인가.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한들, 내 인생을 통째로 희생하고 생기 하나 없이 살아가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밧데리 없어서 one way 기록으로 종료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너무 심각한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거 아니냐고 나를 핀잔주지 마시오 ㅎㅎㅎ 지금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끝까지 지키려는 노력을 지금부터 하면 된다.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단은 사실 돈이 전혀 들지 않는 '희생 제로'의 신박한 아이템이다. 그저 내 삶을 약간의 노력으로 가꾸면서 사는 것이 사실은 내 부모, 내 형제, 내 자식의 삶을 통째로 갈아 넣는 희생에서부터 구해주는 아주 거대한 바다 같은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래도 달리기 안 할래?

할래, 안 할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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