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만 가는 커피집.

행복해서 갈까, 가보니 행복한 걸까?

by 샌프란 곽여사

며칠 전 갑자기 집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아 박차고 나섰다. 사는 집 건물의 외곽공사가 한창이라 비계 설치를 하면서 빛을 차단하고 페인트칠 한다고 한 번 더 막아놓으니 동굴이 따로 없다. 쑥과 마늘을 먹으면 선녀가 될 그런 기분이다.


사람은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는 것도 아니건만 햇빛을 못 보고 사니 영 맥이 없고 우울하고 내 영혼이 흐릿해지는 느낌이 들어 갑자기 가방 들고 박차고 나섰다.


닉네 커피집에서 콜드 브루 하나 사서 걸으려 했건만 이 집은 박터진다. 이 콧구멍만 한 가게에서 닉은 네 개 걸린 하얀 브루잉 틀에 컵을 빼곡하게 넣고 커피 내리는데 정신이 없다. 앉은 사람들은 동네 터줏대감들이다.


한 명이 날이 좋으니 일찌감치 나와서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신다. 그럼 그 모습이 너무 여유로워 보여 다른 한 명이 또 눌러앉는다. 지나가던 개 산책시키는 여자도


‘닉! 안녕? 나 블론드 한 잔!’


하며 앉는다. 그럼 지나가던 옆 집 개 산책시키는 남자도 와서 헤이-! 하며 눌러 선다. 이쯤 되면 닉은 꽤 바빠져서 손으로 나팔 모양을 만들어서


‘여기 블론드 한 잔 나왔어요!

그리고 sir! here’s your coffee too!’


하며 차례로 커피를 내주느라 부산하다. 터줏대감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면 왠지 이 집 앞은 동네 사랑방 분위기인데 그게 너무 따듯하고 여유로워 보여 지나가던 행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아, 나도 저 사람들처럼 오늘 여유롭게 지내볼까? 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 앞에서 떠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이 앞에 앞은 사람들과 서서 떠드는 사람들은 너무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인다. 햇살은 또 얼마나 따듯하고 눈부신지. 이 집에서 커피를 마시면 정말 행복이 뭐 별거야? 이런 게 행복이지!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든다.


아니, 이 집에서 커피를 마셔서 행복해지는 걸까, 아니면 행복한 사람들이 이리로 모여 더 행복해지는 걸까?


알게 뭐냐. 우리는 그저 행복하면 그만이고 그 값은 커피 한잔에 팁 약간이면 충분하다.

작가의 이전글들판의 참새방앗간, Starbu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