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르고는 못 배기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2시간 45분을 꼬박 달려야 도착하는 곳에 우리 농막이 있다. East Bay Bridge를 건너 차츰 도시의 가장자리가 옅어지고 어느 순간 밋밋한 언덕이 이어지는 들판이 나온다. 그 들판을 가로지르는 Highway 5를 지나 왕복 이차선의 도로에 접어들면 양 옆으로 끝이 안 보이는 호두농장이 펼쳐진다. 그 농장이 지나면 체리농장, 그 농장이 지나면 아몬드 농장, 그 농장이 지나면 올리브 나무 농장이다. 도로 옆 사방천지 끝없이 이어지는 들판을 보며 정신이 몽롱해질 때쯤, 그 들판의 한가운데 생뚱맞게 있는 쇼핑몰 구석에 스타벅스가 있다.
California의 여름은 장난 아니게 더워서 사람들은 차 밖으로 나오는 것도 힘들어한다. 모두 드라이브 쓰루로 몰려 차들이 긴 꼬리를 물고 서있는 날이 많다. 쨍-하게 하루 종일 시들지도 않는 햇빛을 피해 스타벅스 안으로 들어가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더위를 금방 식혀주고 컵 속으로 후드득 쏟아붓는 얼음을 보면 한 모금 마시기도 전에 이미 더위가 가시는 기분이다.
이 엄청나게 더운 시골구석에 무려 스타벅스라니! 난 처음 스타벅스 간판을 보고 너무 기가 막혔다. 전부 픽업트럭을 모는 나이 든 사람이 엄청 많은 이 시골에 도시의 한 방울을 떨궈놓은 느낌이다. 이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닌 거 같다. 이 스타벅스는 사방이 들판인 이 동네에서 돈 조금 쓰고 도시의 세련됨을 느끼게 해주는 하나의 통로인 것이다. 스타벅스가 머리를 잘 쓰는 건 정말 인정해줘야 한다.
도시에서 온 나도 장장 1시간 25분을 쉼 없이 달려오면서 끝없는 들판만 보다가 이 도시의 대표간판을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정작 샌프란에 돌아가면 ‘에-그런 특색 없는 프랜차이즈 커피 따위!’ 라며 절대 가지 않는 곳인데 여기만 오면 나는 중독자처럼 그 문을 열지 못해 안달이다.
동네의 사람들은 시원한 바람과 도시의 맛을 찾아,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도시에 두고 온 ‘아는 맛’을 찾아 모두 모두 스타벅스로 모이니 다른 집은 차가 두어 대 있어도 이 집은 드라이브 쓰루에 긴 줄이 서 있고 안은 안대로 북적인다. 애타게 기다려 주문한 음료를 받으면 그렇게 행복하다.
동네의 참새방앗간에서 받은 커피. 맛은 안 봐도 판타스틱 뷰티풀이다. 시원한 얼음이 와락 몰려들며 앞니에 부딪힐 즘 혀로 얼음을 살짝 밀며 달고 시원한 커피를 마신다. 콜드 브루, 펌킨 스파이스, 나이트로젠 콜드 브루, 스위트크림 콜드 브루 최신 핫 아이템 들을 하나씩 돌려가며 맛본다.
아!
이 도시의 맛!
누구든지 또 가고싶게 만드는 세련된 도시의 맛!
들고만 있어도 왠지 있어 보이는 맛!
누가 우리를 말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