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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프란 곽여사 Dec 06. 2023

65일 휴가, 민망하지만 말이라도 해보자

다시 돌아와, 꼭!!!

내가 만든 진칵테일

대목 바로 전에 일을 그만 둘 생각을 하니 모두가 쉬는 휴일에 열심히 일 할 동료들에게 참 미안하고 나를 믿고 여태 일을 맡겨준 보스에게도 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일에 집중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보스도 나 대신 일 할 누군가를 구할 시간이 필요하고 보통 트레이닝 기간에 바로 포기하고 안 나오는 경우가 빈번한 것을 감안하면 더 서둘러야 했다.

주방 스태프, 가브리엘이  어느 아침에 준 쪽지

문제는 정말 난 이곳이 마음에 든다는 사실이다. 이곳을 그만두기가 정말 너무 싫었다. 나는 이곳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동료와 주방식구 모두가 다정했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는 없을까…? 한 번 말이라도 해볼까? 그래, 해보지 뭐. 만약 말해서 안 된다고 하면 그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으니 깔끔하게 손을 떼면 된다.


나는 메모장에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최대한 솔직하고 담담하게 쓰려 노력했다.


Hi, Francisco & Alexa!

프란시스코(보스) & 알렉사 (스케줄담당)


I need time off 11/16-1/31.

휴가를 요청합니다 11/16-1/31


I’ve been very Grateful at Barbara with all staff since day 1. Absolutely Happy and don’t have any complaints about anything but I have to go to Korea for family matter.

바바라에서 모든 스태프들과 함께 일한 첫날부터 무척 감사하며 지냈습니다. 전 너무 행복하고 전혀 불만도 없지만 가족일로 한국에 꼭 가야만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My step dad passed away from lung cancer 10 days ago. It happened too quick before they try something to save him.  

양아버지가 폐암으로 10일 전에 돌아가셨어요.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치료조차 할 수 없었어요.


Now She wants to sell some of her property and has some other legal issues that need my help. Also I can’t let her have birthday alone (December) right after his death. Sorry that I need to leave when it become most busy of a year. But this time, I really have to be with my mom.

엄마는 이제 재산 중 일부를 처분하고 싶어 하시고 그 밖의 법률적인 일처리에 제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12월에 다가오는 엄마의 생일을 혼자 보내게 할 수 없어요. 일 년 중 제일 바쁜 시기에 휴가를 요청해서 무척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올 해는 반드시 엄마 옆에 있고 싶습니다.


I’m very sorry to request this long time off when it’s really busy. I understand if it’s not acceptable, 11/15 will be my last day but if I can come back, I’ll be more than happy.

바쁠 때 이렇게 긴 휴가를 요청해서 무척 미안합니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해도 전 이해합니다. 그럴 경우 11/15일이 제 마지막 날이 될 거예요. 만약 제가 복귀할 수 있다면 전 무척 행복할 거예요.


Let me know.

알려주세요


Thank you  

감사합니다.


읽음 표시가 곧 사라지고 난 반은 초조한 마음으로, 반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답신을 기다렸다. 그리고 곧 답신이 도착했다.


[보스의 답장]

We really sorry about your lost , and we totally understand your emergency circumstances,

We are very thankful for all you done for us.

We will be very happy to have you once you back.

Take care your family.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우리는 너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네가 여태까지 열심히 일해준 것을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네가 다시 돌아와 준다면 우리도 무척 기쁠 거야.


가족을 잘 챙기길 바란다.


난 보스의 이 답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여태 고민한 시간이 무색하게 보스는 너무 쉽게 65일이란 긴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알렉사의 답신]

하이! 방금 메시지를 봤어. 프란시스코와 나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지금은 가족의 곁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고 우리는 그것을 이해해.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 네가 휴가를 가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1월은 어쨌든 매우 한가한 달이니 몇 달 너 없어도 어떻게든 될 거야.



솔직히 약간 눈물이 찔끔 났다. 너무 고맙고 내가 여태 일을 정말 잘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자부심도 마도 무척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복귀가 확정되니 떠나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서둘러 비행기표 검색을 하고 날짜를 확정했다.


11월 25일.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표 티켓을 끊었다.

이제 나는 한국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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