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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프란 곽여사 Dec 06. 2023

7년 못 본 딸의 입국, 엄마의 시간이 흐른다

엄마는 이제 바쁘다

입국을 하고 공항을 나오니 한국의 공기가 실감나게 느껴진다


내가 티켓날짜를 확정하고 통보하자 엄마는 그제야 내가 오는 것이 실감 난다고 했다. 전날만 해도 내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거나 어떤 사정이 생겨 입국을 미루지 않을까 초조했다고 한다. 날짜를 정하고 나니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 출국 날짜가 다가왔다. 고맙게도 항상 바쁘다던 죽마고우가 시간을 내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다.


‘엄마, 나 김밥이 먹고 싶은데 김밥 좀 말아 놔. 오뎅국도 있어야 하는데 요즘 겨울이라 홍합철 아닌가? 홍합국도 좋은데… 아, 그리고 보쌈수육도 좀 삶아. 나는 엄청 먹으니까 한 5근? 엄마 먹을 것도 있어야 하니까 넉넉하게 6근 사. 그리고 나 시래기도 먹고 싶은데 그건 어느 밭에 가서 줏어야하나???’


‘일단 너 와서 얘기하자. 너 그렇게 먹다가 죽어!!!’


‘아무튼 일단 고기는 좀 삶아놔!!’


공항에서 도착을 알리자마자 엄마에게 10분마다 어디를 지나는지 묻는 카톡이 도착한다. 고기는 삶아놨는지 묻자 넉넉하게 삶아놨다고 오기만 하라고 한다. 그리웠던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현관 비밀번호도 내 생일) 엄마가 주방에서 서둘러 나오며 환하게 웃는다. 7년만에 도착한 집은 더 작아진 것 같기도 하고, 더 따듯해진 것 같기도 하다.


엄마는 13시간을 날아온 딸을 위해 김장김치 보쌈과 삼겹살 수육을 보기 좋게 썰어왔고 내가 먹는 내내 주방을 오가며 주섬주섬 집에 있는 모든 음식을 꺼내왔다. 잘 먹는 나를 보며 흐뭇해하면서도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고 물컵에 물을 가득 따라 내 쪽으로 밀어준다. 난 영원히 엄마의 아기일 뿐이다.


온통 나와의 추억으로 가득한 거실 벽

거실 벽에는 2017년 엄마가 미국에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들과 2016년 내가 방문했을 때 한국의 여기저기에서 찍은 사진들로 빼곡하다. 딱 거기서 엄마의 시간은 멈춰있었던 듯 온통 나와의 사진들이 가득하다.


친구도 같이 들어와 한참 엄마가 준비한 음식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돌아갔다. 엄마는 긴 비행을 마치고 온 딸을 위해 더운물을 욕조에 받고 보송보송한 이불을 깔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엄마, 그냥 대충 해! 나 아무 데서나 잘 자.”


“엄마의 즐거움이야. 그냥 둬. 얼른 들어가서 씻어. 엄마가 이불 깔아줄게.”


엄마의 시간이 7년 만에 분주하게 흐른다.

13시간을 기다리느라 너무 지쳐버린 엄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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