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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프란 곽여사 Dec 06. 2023

65 일 휴가를 어떻게 내지?

어렵게 정착했는데 퇴사라니…

바텐더로 일하는 금요일 저녁

어려운 일을 할 때 첫 번째 단계는 일단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한국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미국에 터전을 잡고 사는 사람이 한국에 가기는 정말 어렵다. 미국으로 여행을 오는 사람도 큰 마음을 먹고 오듯이 미국에 있는 사람도 한국에 가려면 큰 희생을 해야 한다. 비행기표가 일단 비싸고, 비행시간이 길며, 비싼 비행기표와 긴 비행시간을 감수하고 일주일만 있다 오는 선택지는 없다. 최소 2주이고 보통은 한 달이다. 그런데 대체 어느 회사에서 한 달이나 휴가를 준단 말인가?


게다가 나는 65일이라는 긴 시간을 잡았는데 내가 일하는 가게에 사정을 설명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모두가 촘촘한 스케줄로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더군다나 나는 바텐더와 서버 둘을 다 하는 유일한 사람이라 내 대신 누구를 집어넣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내가 65일간 휴가를 간다는 것은 곧 퇴직을 의미한다.

주방 식구들을 위해 만든 샤케라또.

얼마 전, 환하게 웃으며 들어선 보스가 귀한 보물을 보듯 나를 보며 하던 말이 떠오른다.


‘제이, 일한 지 얼마나 되었지?’


‘일 년 꽉 채우고 한 달 넘었죠?‘


‘제이! 너 하나 살아남았구나! 모두 다 그만둬도 너 하나만 있으면 난 든든해. 네가 나의 소중한 보물이야…!!’

하아… 그렇게 좋아하던 보스의 얼굴에 65일간 휴가를 어떻게 이야기하지? 그러다 그럴 바엔 그만두라고 하면???  너무 편한 가족 같은 동료들, 나를 항상 애정으로 대해주는 주방 식구들, 통장에 착실하게 쌓여가는 돈 모든 것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왔는데 이 직장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만약 그만두면 (확률이 생각할수록 높아진다) 당장 돌아와서 직장을 바로 구하리란 보장이 없는데 한국에 가는 예산을 어느 정도 할애할 수 있는지도 불확실했다.

어느 날 화사한 오후 햇살이 드는 창가에 앉아 생각해 봤다. 만약, 내가 한국에 가는 것을 이런저런 이유로 다음 해로 미룬다면, 나는 더 행복할 것인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시즌에 돈은 많이 벌겠지만 혼자된 엄마를 외롭게 만들며 더 행복할 것인가?


대답은 ‘절대 아니요’


엄마가 내가 제일 필요한 순간에 외롭게 만드느니 차라리 내 안정된 삶과 보스의 기대를 저버리고 한국을 가기로 결정했다.


직장은 다시 구하면 되고, 돈도 다시 벌면 그만이지만, 이 순간에 엄마의 곁에 있지 못한다면 나는 이 결정을 두고 평생을 후회할게 틀림없었다. 일을 그만 둘 결심을 하니 다시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제 다음 단계는 나를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던 보스에게 어떻게 말을 꺼낼 것인가, 였다. 마음이 또 괴로워진다. 일 년 중에 제일 바쁜 시기에 일을 그만두려니 미안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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