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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프란 곽여사 Dec 10. 2023

소곱창집과 엄마

남들에겐 너무 소소한 시간

기겁하는 엄마

“엄마 잘 다녀와~!”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엄마의 손을 잡고 버스정류장까지 배웅을 한다. 이른 시간이건만 누군가 나의 하루를 웃는 얼굴로 배웅하는 것은 너무 따듯한 일이기에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 꼭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추운데 뭘 나와, 더 자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버스에 올라서는 그 순간까지 엄마는 아이처럼 내 손을 꼭 잡고 있다.


엄마를 배웅하고 나서 나는 도로를 따라 약 6km를 뛴다. 뛰면서 한국에 있는 이 시간을 깊이 감사하고 내가 건강한 모습으로 엄마의 곁에 있음을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엄마도 나도 건강하기에 기회가 닿았을 때 서로 웃는 얼굴로 이렇게 볼 수 있고, 걱정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한국에 와서 나는 몇 번이나 그 생각을 반복하게 된다.

추운 날씨이건만 너무 상쾌하다

서로의 건강이 지금의 행복의 바탕이 되기에 나 스스로도 건강을 부지런히 지켜 최소한 아픈 자식이 되어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살아간다. 뛰면서 사진을 찍어 어디쯤을 뛰고 있는지도 심심찮게 보고를 한다.


오늘은 엄마가 퇴근을 하고 금촌 시내버스정류장 앞의 소곱창집을 가기로 했다. 내가 오자마자 엄마는 아이처럼


‘지영아, 엄마가 매일 버스 타고 가면서 본 곱창집이 있는데 거기 가자!’


라며 웬일로 먹을 약속을 했다. 매일 버스를 타고 지나면서 다른 사람이 내리고 타는 잠시동안 유리창 너머 가게 안에 앉은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나 행복해 보였다고 한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지글지글 구워지는 불판 위로 잔을 기울이고 음식을 먹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다고 ‘나도 우리 딸이 오면 여기를 꼭 와야지!’ 그 생각을 버스를 타고 지나는 순간마다 했다고 한다.


늦은 저녁 퇴근을 하며 지친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버스 안의 엄마 얼굴이 그려진다. 언제 올지 모르는 딸과 그 안에서 곱창을 구워 먹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몇 번이고 그 자리를 지나쳤을 엄마. 이게 뭐라고 이리도 엄마를 외롭게 했는지 후회가 막심하다. 오늘은 둘이서 곱창집을 파괴하자, 단단히 결심을 했다.


금요일 저녁 곱창집은 무척 바빴다. 음식을 주문하고 엄마를 기다리니 금방 도착한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마에게 큰 소리로 “엄마! 여기~~~~!!!” 하니 엄마의 표정이 확 밝아진다. 엄마가 앉자마자 불판이 도착하고 아르바이트생이 솜씨 좋게 기름을 뿌리자 불이 화르르 붙었다가 사그라진다. 불길이 꽤 기세 좋게 타서 내가 ‘와~~~~!!!!!! 대박!!!!’ 리액션을 크게 했더니 아르바이트생은 흡족한 표정으로 ‘그럼 맛있게 드세요’ 하며 물러갔다. 엄마는 불길의 기세에 약간 넋이 빠져있다 곧 아이처럼 좋아하며 지글지글 구워지는 막창과 곱창을 뒤집기 시작했다.

“여기가 그렇게 오고 싶었어?”


“응. 여기 지나가면 사람들이 하하 호호 고기들 구워 먹는데 그거 되게 맛있어 보이데?”


“그럼 엄마 친구들이랑 좀 오지 그랬어…”


“에휴 다들 바쁘고 각자 인생 있는데 뭘 오자고 해. 그냥 언제 너 오면 여기 같이 와야겠다, 그 생각만 했지”


“내가 언제 올지 알고…”


“너 왔잖아, 지금 ㅎㅎㅎ 뭐, 엄마 아주 안 보고 살려고 했어???”


맥주잔을 부딪히며 담담히 말하는 엄마지만 매일 딸과 이 곱창집에 올 날을 기다렸던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나는 곱창을 더 야무지게 집어먹었다. 그렇게 먹고 싶던 곱창, 어디 딸과 함께 실컷 먹어보라고 두 번째 판도 시켰다.

테라 맥주가 그렇게 먹고싶더라.

양은 적고 값은 비싼 곱창집이었지만 엄마와 나의 마음만은 소중한 기억으로 꽉 찼다. 내가 미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엄마는 이 곱창집의 사람들을 이제는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지 않으리라. 나도 우리 딸이랑 거기 갔었다고, 비싸기만 하고 양도 너무 적었다고 불평하며 ‘별거 아니네’ 하며 웃을 수 있으리라.


엄마, 또 어디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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