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산불 뒤 7년

당신과 함께라서 버틴 시간들.

by 샌프란 곽여사
2015년 산불로 타버린 숲의 모습

우리 땅은 2015년 Butte wildfire로 전소되었다. 바람에 따라서 널뛰던 불은 우리 땅을 전부 다 태우고는 맞은편으로 넘어가서 옆 산도 태웠다. 그러나 바람의 반대편에 있던 다른 집들은 무사히 살아남아 차를 타면서 오다 보면 숲 속 멋진 길이 이어지다 우리 집 게이트에 들어서면 누가 일부러 그런 듯 화면이 확 바뀐다. 불이 나서 대피하고 샌프란시스코 집에서 밤 잠 못 자며 기다린 밤이 아직도 생생하다.


소방서에 전화해서 문의했을 때

‘I’m sorry. It’s clear burn. 미안합니다. 전소예요.’

라는 말을 듣고 날뛰던 남편을 진정시키는데 참 많이 힘들었다.


흉물스럽게 마귀할멈의 손처럼 늘어진 나무들은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그거라도 없으면 헐벗은 땅이 되기에 모두 그대로 몇 년을 두었다. 바람이 부는 날 저녁, 비 오는 날 저녁이면 죽은 나무들이 힘 잃고 쓰러져 아침부터 나무들을 치우느라 분주하길 7년 차.


여름이면 여름대로 고충이 크다.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가 하나도 없으니 맨 땅은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햇살을 고스란히 흡수하고 뱉어낸다. 뜨거운 햇빛과 토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공기. 어떤 것도 살아남는 고충이 정말로 컸다. 아침에 물을 줘도 오전 10시면 이미 33도까지 치솟으니 12시에 물을 또 주고 오후 5시에 물을 또 줘도 식물들을 비명을 질렀다.




7년 후인 지금.

생명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LA에 사는 남편 친구가 날라다 준 Ash tree와 우리가 근처 가게에서 사다 심은 자두나무, 내가 옆 동네 마트에 갈 때마다 줏어다 멀리멀리 던졌던 솔방울 등등이 이제는 자라서 꽤나 뿌듯한 정원의 식구가 되었다.

이번에 새로 발견한 Cedar tree 와 약재로 쓰이는 Mazanita tree

벌거벗은 토양에 이렇게 푸른 옷을 입히기까지 7년의 시간이 들었다. 혼자라면 절대 못했을 일이다.


처음 2년은 그저 슬퍼하면서,

다음 2년은 희망에 차서,

다음 2년은 환호하며

그리고 올해는 남편과 마주 보고 웃으며 보내게 되었다.


참 오래도 걸렸다.


이웃집 Jimmy가 불도저로 정돈해준 길. 이젠 걸을 수 있다.

매년 비에 씻겨 내려가 곳곳이 골짜기가 생겨 걸을 수 없던 도로도 이제는 정돈되어 남편과 한참을 걸었다. 이웃집 Jimmy가 새로 산 불도저로 시원하게 정리해서 죽은 나무와 멋대로 자란 블랙베리 덤불도 밀어주었다.


작년 5월부터 새로 새 식구 멤버가 된 로지도 당당하게 산책길에 따라나선다. 평소 같은 야옹~소리가 아닌 ‘와 오아오와 오~~~~!’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위풍당당하게 쫓아온다. 그래 봐야 곧 지쳐서 남편이 안고 돌아왔다.


개처럼 헥헥대는 로지와 자상한 남편
나를 2등신으로 만든 남편의 사진솜씨. 너무 했다 ㅠㅠ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다시 살아준 모든 것들에 감사한다. 나무도, 풀도, 땅도 혹독한 불길에 다 탔지만 다시 하나하나 돌아와 주었다. 뜨거운 태양도, 거세게 쓸려내리는 빗물도 참 잘 버텨주었다.


고맙고, 또 고맙다.


나도 당신도 풀과 나무와 꽃도 모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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