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결 못해 돌아갑니다.
미국에 와서 멋진 학교를 다닌다. 학교를 미친 듯이 다니면서 밤새 과제를 하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로 용돈도 마련하며 그 돈으로 가끔 여행도 다닌다.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그 실력이 누군가의 눈에 띄거나 인정받아한 회사에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다. 그리고 결혼해 영주권자가 되어 살아간다.
혹시 이런 생각을 누구에게 말해본 적은 없더라도 가슴속에 품고 미국에 장기 체류할 목적으로 유학을 온다면, 나는 말리고 싶다. 망하니까.
내 말이 어떤 희망을 품은 누군가의 가슴을 와장창 깬다 해도 나는 차라리 지금 깨서 손해나 삶의 낭비를 줄이는 것도 좋은 멘토링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외롭고 구석에 몰리는 삶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물론 개인의 차이는 반드시 있다. 이태원 클라쓰의 새로이처럼 한 번 물은 이를 절대 풀지 않고 독하게 돈을 모아 사업을 한다거나, 어떤 소망을 이루거나 다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 보통은 그렇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나와 내 가족이 보는 손해가 크다.
미국 유학 마치고 뭐 할 생각이에요?라고 묻는다면 백 중 팔구십은 우물쭈물하며
‘여기서 직장을 얻는다면 좋죠. 아니면 한국에 가서 그 스펙으로 직장을 잡아야죠.’
라고 말한다.
한국인의 근성 상 좋은 성적을 얻을 확률은 굉장히 크다. 우리는 성실하고 독하다. 과제도 잘 해내고 수업도 빠지지 않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졸업과 동시에 비자는 구직할 시간을 약간 주지만 곧 만료가 된다. 학생비자가 만료되면 거기서 다시 관광비자로 전환하기는 무척이나 복잡하고 거절의 확률이 높다. 연장은 더더욱 안된다.
회사에서는 굳이 말도 안 통하고 고만고만한 실력을 갖은 신입을 큰 비용을 들여 변호사를 써서 워킹 퍼밋을 해주려고 하지 않는다. 보통 이력서에 포트폴리오만 써내는 미국 특성상 면접에 가더라도 체류신분이 확정되지 않아 탈락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생각해보라. 검증되지 않은 신입을 어느 회사가 큰돈을 들여 워킹 퍼밋을 해주려고 하겠는가?
여기서 남학생에게 좀 더 가혹한 기회의 탈락이 발생한다. 결혼으로 인한 영주권 취득이다. 생활기반이 안정되지 않은 남학생들은 현지인과 결혼을 해서 영주권을 받고 당당하게 직장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여러 모로 진퇴양난이다.
나의 경우 5년 학생비자가 만료되는 시점을 6개월 남기고 내가 마음의 준비를 다 하고 한국에 돌아가 무얼 하며 살지 차근차근 생각해보는 그 시점에서 남편과 뜬금없이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하고 영주권 취득을 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나도 비자 문제를 해결 못해 불법체류자가 되거나 한국에 돌아갔을 것이다.
학생비자를 갱신하려고 한국에 돌아간 친구는 비자 갱신이 거절되어 다니던 city college를 취소하고 남자 친구와 내가 짐을 정리해서 한국으로 보낸 기억도 있다. 그 친구는 학생비자 5년 만료를 1년 남기고 City College에 들어가 졸업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학생비자를 연장하려고 했으나 영사관에서 ‘5년이면 충분한 시간이었다’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 친구는 간호사 출신이라 생업현장으로 돌아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그게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은 미국 유학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야금야금 시간을 까먹고 한국에 돌아가면 경력단절이라는 청천벽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내가 너무 상황을 안 좋은 쪽으로만 본다고? 천만의 말씀. 엄연한 100% 현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알려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 왜냐고? 그거 내 문제 아니니까. 이미 정착한 사람들은 구구절절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도 와서 부딪혀보고 싶은 분들은 난 말리지 않는다. 인생은 한 번이고 남의 말만 듣고 내 계획을 펼쳐보지도 않고 접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결정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이 가혹하다는 것은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고 무언가에 부딪혀도 부서지지 않을 단단한 심장을 들고 오라. 그 정도 각오로 와야 어디에서도 살아남는다.
당신의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