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멋진 카페, SightGlass 나만 몰랐다.
지난번에 3번가를 걸으면서 이 쪽에 대한 탐구심이 생겼다. 내가 이 근방을 걸어본 게 언제더라? 2012년이 마지막인 듯하다. 뭐야, 10년 전이라고?
놀랄 ‘노’ 자다.
가려는 목적지는 Cento Coffee라는 작은 커피샾인데 이미 문 닫았다. 오후 3시 조금 넘었는데… 검색해 보니 한 블록 거슬러 올라가면 커피 집이 있단다. 목마르고 오줌보가 터지려고 하는 위아래 통합 문제의 상태라 망설이지 않는다.
지도를 보며 걷는데… 한 10 발자국 남았는데 그냥 밋밋한 벽 같다. 저기에 뭐가 있을까, 싶다. 가보자 일단. 그 앞을 서성이는 홈리스도 신경 쓰이지만 가자. 내가 입간판이 세워진 그 앞을 들여다보니,
이건 뭔 신세계? 정말?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 입구는 노출 콘크리트로 러스틱 분위기를 내고 안은 나무로 투박하게 마감되어 창고형 카페의 분위기를 톡톡히 연출한다. 넓은 내부에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에스프레소 바는 커피 향 그득한 샾에 얼굴 마담 노릇을 제대로 한다. 중앙의 메인바에서는 바리스타 4명이 오가며 주문과 커피 만들기를 동시에 하고 있다.
커피전문점답게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모습은 너무너무 설레어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였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는 가게는 그 신선도가 보장된다는 사실에 200% 신뢰가 간다. 주문, 배송에서 비롯되는 시간의 소요와 오염물질에 노출 등 위험요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층은 또 어떠한가? 2 층으로 올라가니 크고 넓은 테이블이 여러 개 있어 단체손님이 담소를 나누기가 좋다. 난간 쪽으로는 한 명 앉을 스툴이 있는데 만석이다.
2층에서 내려다본 뷰는 정말 멋지다! 그런데 로스터에서부터의 열이 위로 올라와 머물러 윗 층에 체감할 정도로 뜨겁고 좀 정체된 공기라는 느낌이 들어 살짝 숨 막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간의 단석 스툴이 아니라면 내려가자, 싶어서 1층에서 내려왔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카페가 있다니! 넓고 너무 쾌적하다!
이 카페 방문을 인스타에 올렸더니 한국에 있는 몇 년 전 돌아가 결혼하고 자리 잡은 친구가 댓글을 단다.
‘거기는 5, 6년 제가 방문할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이 그대로네요! 너무 그리워요!’
‘뭐? 여기 새로 연 데 아니었어? 나만 몰랐던 거야?’
‘에이, 언니가 사는데 좋다고 벗어나지 않으려고 해서 그렇지 샌프란에 좋은 데 얼마나 많은데요. 좀 다녀요, 언니!’
나는 누가 뒤통수를 후려친 듯 아찔했다. 내가 집순이인 것을 인정하지만 고여서 썩고 있는데 나만 몰랐다니… 그 자리에 고여서 빙빙 돌다가 점자 가라앉아 물속에서 분해되는 나뭇잎처럼.
십 년 만에 와 본 이 근처에서 내가 어쩌다 발견한 이 보석처럼 수많은 좋은 곳과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었는데 도대체 얼마나 많이 놓치며 산 걸까?
후회스럽지만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앞으로 더 부지런히 나갈 수밖에.
기대된다, 앞으로의 내 카페 투어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