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고 냄새나는 소똥 구덩이.
나는 어느 작은 축사에 있다. 어느 숲 속에 있는 듯 주변에 파란 풀숲이 멋대로 자란 게 곁눈으로 보인다. 아마 초여름인가 보다. 날은 낮인데도 흐려서 어둡고 주변이 전부 축축하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날씨다.
붉은 황토 위에 소들을 풀어놓고 대충 벗긴 나무로 울타리를 친 그런 시골 소 축사이다. 바닥에 톱밥이나 나무를 잘게 자른 칩 같은 것을 전혀 깔지 않아 황토는 소의 오줌과 똥과 섞여 진흙처럼 질척하다. 그것을 밟으면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질퍽한 소의 똥오줌 반죽이 발 옆으로 찍 밀려나 쌓인다. 더럽고 냄새나고 최악이다. 진 바닥을 밟는 걸 극혐 하는 나는 젖은 잔디도 밟기 싫어 돌아가는 판에 주변에 콸콸콸 오줌을 쏟아내는 소가 무신경하게 서 있는 이 환경이 참을 수 없이 싫다.
그 껍질 벗긴 나무로 만든 울타리 바로 앞에는 소 똥을 삽으로 긁어 넣은 큰 구덩이가 있다. 봉고차 하나 정도의 크기인데 그 안에 풀과 짚이 씹혀 소화되어 나온 소의 똥이 오줌과 섞여 지독한 악취를 뿜으며 거의 찰랑일 정도로 들어있다. 너무 지독하고 보기만 해도 불쾌하다.
그런데, 나는 그 구덩이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서 빠지지 않으려 용을 쓰고 있다.
긴 직사각형 모양의 구덩이를 두 칸으로 나누듯 중간에 걸려 손과 발끝을 구덩이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어 코 앞에 찰랑이는 그 똥구덩이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오직 오줌을 콸콸 흘리는 무심한 소만이 자기 할 일을 하며 서 있다. 나는 팔이 아프고 온 몸이 힘이 달려 달달달 떨리는 지경이다. 안간힘을 주고 버티는 배는 너무 당겨와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다.
너무 힘들다. 나 더 못 버틸 거 같아. 이까짓 거 그냥 동물 똥인데 물로 씻어내면 되지 뭘. 차가운 똥오줌 반죽에 질퍽하고 눈 딱 감고 빠지는 거야.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고 싫은데 이렇게 힘든 거보다는 낫지.
다행히 나는 이 소똥 구덩이가 깊어봐야 가슴 밑이라는 사실을 어째선지 알아서 빠져도 기어 나오면 그만이라는 걸 인지한다. 그래도 이렇게 질척이는 소똥 구덩이에 빠지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해서 나는 달달달 떨리는 팔과 다리로 버티고 또 버틴다.
머릿속으로는 이 힘든 버티는 시간이 너무 지치고 고통스러워 그냥 한 번 빠지고 말지, 하고 설득을 하려고 하지만 문 앞에 오줌에서 나온 거품이 보글대는 똥구덩이는 너무 끔찍하다.
다행히, 난 이대로 꿈에서 깨어났다. 진이 빠지는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