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트레이닝이 회사원처럼 8-5?

정말 빡센 트레이닝.

by 샌프란 곽여사


[이 이야기는 2019년 시작된 제 Fogo De Chao 레스토랑 서빙 이야기입니다.]


꿈같은 면접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메일 인스트럭션을 받아보니 바지는 Dress pants에 셔츠는 Light Blue라고 비교적 자세한 복장 규정이 전달되었다. 연청색 셔츠는 의외로 찾기가 어려워 한참을 주말을 돌아다니며 찾았고 바지도 꼭 맞는 것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렇게 복장을 갖춰 입고 가보니 나 외에 3명이 더 있었다. Crypto Currency 스타트업을 하는 준비 중인 세바스찬, 좀 멀리 사는 사브리나, 다른 곳에서 이미 일하는 중인 쟈쉬 그리고 나 이렇게 네 명이었다.


아침 8시에 도착하면 조용한 실내에 완벽하게 세팅된 테이블과 먼지 하나 없이 바싹 마른 바닥이 보인다. 그중 ㄷ 모양으로 움푹하게 들어간 프라이빗 룸 C에서 신입들의 교육이 시작되었다. 교육을 맡은 사람은 2년 차 서버로 바나나 우유병 모양을 한 풍채 좋은 어린 여성이고 이름은 Debora 데보라 라고 했다. ‘몰라도 전혀 걱정 없어요. 배우면서 다 하게 되니까 절대 걱정 끝!’ 이라며 정말 기가 막히게 잘 가르쳐 주었다.


Fogo De Chao는 브라질에서 시작된 바비큐 스테이크 하우스로 미국 전역에 걸쳐 아직까지도 지점을 오픈하는 거대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다. 이 지점들을 일관되게 통솔하기 위한 매뉴얼은 상상을 초월하게 촘촘하고 신입 교육을 위한 교육책자 또한 아주 잘 만들어져 있다.


메뉴에 나오는 용어부터 고기의 부분별 영어-포르투갈어 이름, 샐러드바에 포함된 메뉴 이름, 와인의 종류 및 맛 차이까지 정말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개개인에게 제공된 아이디로 웹사이트에 접속해 단계마다의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했다. 이 4명의 새내기 중에 유독 일해본 경험이 없는 나만이 특별히 더 진땀을 흘리고 영어로 이루어지는 교육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려 온 신경을 다 집중했다. 남편의 날개 밑에서 맨날 쓰는 단어만 쓰고 그것도 남편이 알아서 이해하며 들어주는 말이 많아서 내 영어는 썩 좋지가 않았다. (이 순간까지 전혀 모르고 살았다니 ㅠㅠ) 후회가 막심했다. 이해가 안 가면 옆 사람에게 ‘지금 이렇게 하라고 한 거지?’라고 물어보며 했다. 정말 나는 느리고 , 눈치도 없고 , 여러모로 꽝이었다.


월요일-수요일 3일은 아침 8시에 시작해서 오후 2시면 트레이닝이 끝이 났는데 신기하게도 이 시간도 체크해서 시간당 급여를 지급한다. 손해 안 보는 장사였다. 점심은 접시를 들고 샐러드바에서 먹고 싶은 만큼 담은 뒤, 바비큐 룸에 들어가 먹고 싶은 고기를 잘라달라고 말하면 Gaucho 가우쇼 라는 사람들이 긴 꼬치를 꺼내 큼직하게 잘라주었다. 난 이것도 정말 좋았다. 트레이닝받는데 시간당 페이도 주고 밥도 준다니? 좋다. 아주 좋다.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Shadowing이라고 말 그대로 선배 서버의 뒤를 오리 새끼처럼 졸졸졸 따라다니며 이거 하라면 하고 저거 하라면 하는 눈치싸움 극한의 시간을 보냈다. 선배들은 바빠 죽겠는데 웬 어리바리한 새내기한테 하나하나 알려주며 하려니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어쩌랴. 누구에게도 처음은 있는걸.


토요일 마지막 날에는 총매니져 Daniel 다니엘과 테스트가 있다. 번쩍이는 레스토랑의 총매니져는 나에게 까마득하게 보였고 그 앞에서 다니엘이 손님인 듯하는 테스트는 사람이 꽉 찬 강당에서 연설하는 것보다 진땀 났다. (대학 때 한 번 교양수업 때 발표를 해봤습니다)


: Bem Vindo, Fogo De Chao, my name is Jiyoung. I’ll be your Guide today. Have you been here before?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지영입니다. 제가 오늘 이 테이블의 담당입니다. 여기 와 본 적 있으신가요?


다니엘: 아니요. 처음입니다.


: ….. (말해. 메뉴를 설명해라 제발! 아무말이나 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머리가 새하얘졌다. 다음에, 그래 다음, 다음, 뭐지? 처음이라니까. 망했다. 지나치게 긴장한 나는 입에 붙어버렸다.


다니엘: 제이, 너무 긴장하지 마. 다시 하지.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보다 못한 다니엘이 나를 위로하고 어찌어찌해서 테스트를 통과는 했지만 나는 정말 내가 손님이 앉은 테이블에 가서 이 복잡한 주문 과정을 영어로 할 수 있는지 자신이 없었다.


결국 나는 데보라에게 요청해서 이틀 더 트레이닝을 따로 혼자 받고 다음 주 목요일 첫 정식 시프트를 받아 일하게 되었다.


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너무 어렵고 자신없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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