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의 수준은 스펙타클 SIFI
백호의 정액을 뒤집어썼다.
나는 바닷가에 있다. 나 말고 나의 동료 여성 두 명이 더 있다. 모래 언덕에 바위가 듬성듬성 박힌 게 보이고 그 바위 뒤로는 낮은 모래사장이 바닷가로 이어진다. 내가 여기 왜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무언가를 채취하려고 온 것 같다.
날이 막 지려고 하는 어둑한 저녁시간에 나는 바구니를 들고 큰 바위가 여기저기 있는 모래밭에 있다. 모래는 곱고 흰모래로 아직 한낮의 따듯함이 남아있다. 사방은 곧 어두워지는데 모래밭은 허옇게 빛을 반사한다. 푹푹 빠지는 발로 걷는데 동료 두 명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서 나오라고 발을 동동 구른다.
사방이 조용한데 무슨 일이지? 나는 덜컥 겁이 나 허겁지겁 밖으로 빠져나왔는데 그 동료 두 명이 ‘저걸 봐!’ 라며 손으로 가리킨다. 뒤를 돌아보니 모래밭에 밝은 파란빛으로 빛나는 작은 알갱이들이 장관을 이루며 퍼져 있었다. 저게 대체 뭘까? 문득 내 손을 보니 그 파란 점들이 묻어 있다.
그런데, 그 파란 것들은 정자이다. 그래, 난자와 만나 수정-착상이 되어 아기를 만드는 그 정자.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그 정자가 올챙이 만한 크기로 꿈틀거리며 파랗게 빛을 내고 있다. 그리고 곧 그 정자는 내 손 안으로 스르륵 녹아들어 갔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정자가 묻어있던 손바닥을 파봤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런데 내 팔뚝 전체에 누가 손으로 푹 떠서 처덕처덕 바른 듯 수많은 정자가 서로 얽혀 빛을 내고 있다. 이게 뭐야. 난 기겁해서 그것들을 손으로 훑어내려고 했지만 그것들은 하나하나 내 팔 안으로 스며들듯 사라져 갔다.
내가 허둥거리며 온 몸을 뒤집고 뱅글뱅글 도는 동안 모래 언덕에서 무언가 조용히 사르륵 모래를 털며 일어난다. 나는 파랗게 빛나는 내 팔뚝에 기겁한 와중에 무언가 소리도 없이 일어나자 기절할 지경이다. 그 무언가는 하얗게 빛나는 백호였다. 그 백호는 나를 지긋이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그것은 아주 귀한 것이다. 백호의 정기는 인간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걱정 말거라.”
백호의 정기라고? 사람 눈에 쉽게 띄지도 않는 산의 지배자. 난 날뛰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떻게 이런 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대체 그 어느 누가 백호의 정액을 뒤집어쓰는 꿈을 꿈단 말인가. 나는 내 몸 속으로 무언가 파고드는 꿈을 많이 꾸는데 이 백호의 정액은 일어나서 기분이 좋은 유일한 꿈이었다. 백호의 기운을 받다니…
어떤 기운의 변화가 있을지 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