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후문 트럭 노점상

태몽이라는데…

by 샌프란 곽여사

대학교 후문 트럭 노점상. #꿈이야기


꿈에 나는 퇴근길이다. 제법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터벅터벅 집으로 향한다. 대학교 후문을 지나 교정을 가로질러 갈 생각이었던 나는 막 자리를 접고 집에 가려고 슬슬 물건을 챙기는 트럭 장사에 눈이 갔다.


트럭은 대학교 거대한 후문 돌담, 후문과 돌담이 맞닿는 코너 자리에 제법 아늑하게 자리를 잡았는데 돌담 위로 우거진 그늘이 아주 편하다.

항상 그늘이 진 자리는 파란 이끼가 돌담을 따라 나 있는데 그 앞으로 접이식 테이블을 하나 펴놓고 뭔가를 구울 수 있는 집기가 대나무발 위에 주렁주렁 걸려있고 집기들 중간에 머리와 내장이 손질된 꾸덕하게 마른 갈치가 걸려있거나 아니면 머리와 내장과 뼈가 손질돼 활짝 펼친 채로 못에 수건처럼 걸린 장어가 보인다.


나는 꿈에도 고된 일을 하고 집에 가는 길이다. 장사를 접고 집에 가려고 물건을 주섬 주섬 챙기는 트럭에 눈이 갔다. 아직 넣지 않은 플라스틱 바구니에 쌓인 고구마와 트럭 위에 수북하게 실린 파랗고 검은 포도가 너무 먹음직스럽다. 나는 대학생들처럼 주머니가 얇지 않으니까 노점상에서 돈 좀 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 걸음 정도 지나친 발걸음을 뒤로 돌려


“저기 혹시 고구마 좀 살 수 있나요?”


하고 물었다. 뭐 하나라도 더 팔려는 트럭 주인아주머니는 화사하게 웃으며


“아이고 그럼요!” 한다.


“저 고구마 한 바구니랑요, 검은 포도 두 송이 주세요.”


아주머니가 포도를 내리려 트럭으로 올라가 산더미처럼 쌓인 청포도와 검은 포도 중에서 거의 벽돌처럼 보이는 아주 실한 포도로 꺼내온다. 아주머니가 포도를 꺼내는 동안 나는 트럭이 자리를 깐 자리를 찬찬히 보다가 대나무발에 걸린 갈치와 장어를 보았다. 생선도 구우시나 봐? 집에 가봐야 변변히 먹을 게 없는데…


나는 장어를 한 마리 구워 먹고 가고 싶다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여름 낮 대학교 후문의 시원하게 그늘진 자리의 돌담 앞 이 트럭 노점상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실한 고구마가 가득 든 봉지와 포도가 든 봉지가 길바닥에 놓인 채로 나를 기다려도 나는 떠날 마음이 들지 않아 자꾸 대나무발에 걸린 장어를 보았다. 아주 토실토실하게 살이 올라 방금 물에서 건진 듯 매끄러운 겉면에 윤기가 돈다. 마음이 기울었다. 장어는 비싸니까 이걸 먹는다고 하면 좋아하실 테지. 먹다가 두 마리 더 추가하면 더 좋아하실 테고. 게다가 아무도 없이 한적한 이 노점상 자리가 아주 마음에 든다. 도로변에 학생들을 내뿜는 나팔 모양으로 자리 잡은 이 후문도 바쁜 도로와 적당히 거리를 유지해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저, 혹시 지금 장어 돼요?”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묻는다. 역시나 아주머니는 화사하게 웃으시며 아이고, 그럼요 라고 하신다. 일단 한 마리만 구워주세요 하고 시키고 접이식 테이블의 파란 플라스틱 의자 위에 앉았다.


이때 웬 몸이 엄청 좋고 짧은 머리에 윤기가 나는 짙은 밤색 코트를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아마 나를 보호하는 역할의 남자인듯하다. 잘 생겼다. 몸도 좋다. 하지만 순한 대형견같이 순순히 자리에 앉는다.


“이런 곳에 있었네.” 라며 맞은편에 앉았다. 그 남자는 나와 어떤 것이 연결되어 있는데 어떤 알 수 없는 트리거로 잠에 빠지고는 했는데 앉아서 좀 있다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는다. 쓸모없기는. 놀란 주인아주머니를 안심시키며 나는 속으로


‘아, 여기 눌러앉을 이유가 더 생겼네.’ 하며 느긋하게 웃는다. 한 마리는 모자랄 테니 먹다가 한도 끝도 없이 더 시키자, 그런 마음이 들어 행복했다.




어젯밤 자기 전에 늑대수인 대장이 나오는 19금 소설을 읽고 잤더니 꿈에 그 남자가 나왔다. 그리고 장어가 먹고 싶었나 보다.


어릴 적, 엄마가 레스토랑을 하시기 전에 집이 정말 힘들 때 부모님은 트럭에 과일을 싣고 다니시며 장사를 했는데 뭐 하나라도 더 팔려고 날이 저물 때까지 장사를 못 접었다가 미련이 가득한 표정으로 집에 들어오시곤 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밭에 비닐하우스를 차리고 그 안에서 커피나 칡즙, 닭볶음탕 장사를 하시다가 번듯한 레스토랑을 지어서 대박이 나 내가 대학시절을 풍족하게 보낸 기억이 난다.


오랜 기억이 전부 버무려진, 그런 이상하고 따듯하고 아련한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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