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이에게 위로가 되는 커피 한 잔.
내가 사는 샌프란시스코의 North Beach에 아주 작은 노상 커피점이 있는데 주변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쉼터이다. 이름도 Hole In The Wall Coffee이다. Hole in the wall이라면 아주 작은 공간을 의미하는 말이다. 말 그대로 구멍가게 커피집이라는 의미다. 도대체 이런 공간을 어떻게 구했는지도 의문이고 (있는지 어떻게 알았데?) 그 공간에 커피집을 낸다는 생각을 한 것도 기상천외하다.
나는 이 커피숖에서 반려견 스쿠치와 산책을 나가며 미리 문자로 주문한 커피를 들고 아침 산책을 하는 게 아주 큰 낙이었다. 아침에 가보면 나처럼 개 산책시켜야 하는데 커피는 마시려는 견주들이 모여서 개판(?)이다. 주인들끼리 인사하랴, 개들끼리 인사하랴 난리도 아니다. 커피는 핸드드립 커피 한 종류만 취급하고 대신 원두를 좋은 것을 쓴다. 원두는 Light Roast, Medium Roast, Dark Roast 세 가지가 있다.
나: ‘커피 팔팔 끓는 물로 내려줘, 알지?’
닉: ‘그럼! 용암처럼 뜨거운 물이지?’
내 취향까지 기억해주는 다정한 사장과 직원들 (번갈아가며 며칠씩만 일함)때문에라도 반드시 이 커피집으로 갔다.
커피 가격은 4불로 좀 비싼 편이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팁으로 1불씩 주니까 한 번에 5불을 지출했다. 날이 더운 날은 오며 가며 자꾸 아이스커피에 뭐에 마셔 하루에 커피값으로 20불을 지출한 날도 흔했다.
(위 사진은 직원 데이빗!)
그러다가 코로나가 터졌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텅 빈 도시와 연일 매스컴에서 보도하는 짚단처럼 힘 없이 쓰러지는 중년 남성의 영상 등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은 팬데믹은 모두의 지갑을 닫게 만들었다.
나도 락다운의 영향으로 몇 달을 수입이 없이 정보보조금에 의지했고 얇아지는 저축금액은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특히 내가 사는 지역은 주변에 근처 레스토랑, 카페 그리고 바에서 일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주라서 우리는 불안한 마음으로 손가락을 빠는 신세가 되었다.
팬데믹 2 달 차쯤에 이 커피숖은 픽업 온리로 다시 열었는데 농막에서 지내다가 물건을 잠깐 가지러 온 날 나는 기쁜 마음에 항상 마시던 커피를 주문했다. 멀찍이 떨어져서 모두가 힘든 상황에 대해 공감하며 커피를 받았다. 그리고 돈을 내는데,
‘여기 커피값!.’
‘아니, 됐어.’
‘뭐? 왜?’
‘난 우리 모두 힘든 상황인걸 알고 있고 이 참에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단골손님에게 커피 값 안 받기로 했어. 여기 전부 레스토랑 직원에 바텐더들 사는 지역인데 다 힘들잖아. 물론 사장인 내가 있을 때만이지만. 다른 직원들은 팁 조금이라도 받아야 하니까.’
‘그럼 단 1불이라도 팁으로 남길게!’
‘아냐, 그러지 마. 여태까지 우리 가게를 사랑해줘서 이제 보답하는 거야.’
나는 생각지도 못한 공짜 커피에 입이 찢어졌다. 그리고 고맙다고 인사하며 커피를 받아서 자리를 금방 떴다. 하지만 그 블록 모퉁이를 돌아 근처 공원에 도착할 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눈앞이 흐려져서 벤치에 앉아야 했다.
모두가 힘들고 불안한 미래 때문에 잠 못 자는 그때, 이런 결심을 하기는 절대 쉽지 않다. 단 돈 1불이라도 아쉬울 때이고 더 아껴야 하는데 이 가게는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의 선물을 아낌없이 주었고 그 선물은 1년이 지난 2021초에 백신 공급이 되고 대부분 사람들이 제 자리로 돌아간 그때까지 계속되었다.
나는 기업이나 온라인 상점이 얄팍한 상술로 ‘고객 보답 몇 프로 할인!!!’ 이라며 감사 표시라는 포장 하에 상품 판매를 하는 걸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이 커피집의 조건 없는 나눔에 가슴 깊이 감명받았다. 조건 없이 정말 감사하다며 감사의 표시로 주는 따듯한 커피, 따듯하다 못해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나는 공짜 커피를 거듭 받기 미안해서 나중에는 원두를 사게 되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다.
오늘도 나는 이 커피집에서 원두 두 봉지를 사고 내 개인 인스타에 태그와 해시태그, 로케이션 정보 모두 걸어서 이 가게를 홍보(?)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감사의 표시다.
고마워, 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