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세가지만으로도 빈티지가 완성되는 영화가 바로 <중경삼림> 이다.
현대 사회 속에서 오래된 건물들과 낡은 소품들이 즐비한 상태, 내가 과연 과거에 있는 건지 현대 문명에 위치하고 있는지 헷갈리는 도시가 바로 홍콩이다. 명품 브랜드가 길게 늘어선 큰 길에서 작은 길목으로 조금만 틀어도 다른 세상이 나타나는 곳. 우리는 그게 좋아서 홍콩이라는 도시를 찾게되고 홍콩 영화를 찾게되는 것일 수도-
빈티지처럼 오랜 세월과 흔적을 가지고 있는, 도시로 비유하면 홍콩 그리고 배우의 얼굴을 빌리자면 바로 양조위가 아닐까 싶다.
영화 <중경삼림>에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지만 이번 글에는 두번째 이야기의 두 인물 경찰 663과 페이에게 집중해보자.
내용적인 부분 외에 영화 내에서 그들의 패션 그리고 배우로서의 마스크가 빈티지스러움을 더한다. 왕가위 감독의 연출은 더할 나위도 없이 배우들의 얼굴, 대사에 빈티지스러움을 배로 한다.
빈티지영화 혹은 빈티지 스타일이 돋보이는 영화를 떠올리면 아무래도 서양의 영화와 문명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레옹>과 <클루리스> 등이 대표적이겠다. 그렇다면 <중경삼림>은 어떠한 면모에서 동양의 대표적인 빈티지 영화가 된 것일까?
에디터의 아주 주관적인 관점으로는 아래와 같은 이유들이 있겠다.
홍콩의 건물
서양문물이 어색하게 자리잡혀 있는 홍콩이라는 도시
양조위의 경찰복과 페이스
페이의 스타일
삽입곡
<홍콩의 건물>
홍콩의 야경은 과연 일품이다. 그런데 이러한 빠른 발전을 이루는데에는 역시나 단면이 존재해서 빈부격차가 건물을 통해 현저히 드러난다. 그리고 <중경삼림>은 고층빌딩을 배경으로 하지 않고 영화의 영어 제목 그대로 chungking express에서의 chungking mansion을 배경으로 하여 진행된다. 가장 유명한 영화 속 배경인 센트럴 에스컬레이터 (Central mid levels escalators) 가 고속성장한 홍콩의 모습과 그 밑에서 도태된 홍콩의 다른 파편들 모두 담아보여줌으로써 현대적인 배경 속의 과거를 드러내어 빈티지스러움을 더한다.
<서양문물이 어색하게 자리잡혀 있는 홍콩이라는 도시>
경찰663과 페이가 처음 만나는 장소가 스낵바이다. 동양권에서는 사실 스낵바를 찾기가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생각해보면 영화에 등장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의 스낵바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홍콩의 경우에는 비즈니스로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간편하게 바로 먹을 수 있는 스낵바가 많고 같은 맥락으로 중국의 길거리 음식들과 곳곳에 있어 ‘스낵바’ 로 일컬어 지는 영화 속의 배경은 어색하면서도 두 인물을 잘 연결해준다. 오로지 중국과 같이 면을 파는 길거리 음식점이었다면 그 빈티지스러움이 같았을까? 우리가 해외 영화와 문화를 통해 접하는 스낵바와 유사한 형태를 지녔기 때문에 빈지지스럽고 더 익숙하게 다가왔을 거라 생각한다.
<양조위의 경찰복과 페이스>
에디터의 개인적인 견해와 취향으로 보자면 양조위가 경찰복을 입고 등장하는 순간 이미 빈티지에 관한 부분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그의 눈빛과 본인은 우울함에 젖어 있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의 고민과 이별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양조위의 필모그라피를 보더라도 근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도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도 참여하여 우리에겐 그의 이미 그의 빈티지스러움이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다. 다소 왜소한 보이는 그의 체형에 경찰복을 입힘으로서 셔츠의 클래식함을 더하고 흑백 영화 속의 빈티지함이 드러난다.
<페이의 스타일>
숏컷의 페이가 등장하고 그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사랑을 표출할때 우리는 그녀의 사랑스러움과 어느 한편으로는 영화 <레옹>의 마틸다, 어쩌면 미국의 하이틴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는 독자적인 인물로 존재하고 어느 빈티지 영화의 여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개성을 표출한다. 초반부의 그녀의 의상과 스타일을 보자.
톰보이스러운 그녀의 모습과 행동, 선글라스와 헤어컷 그 모든 박자가 빈티지 스타일이라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준에 모두 부합한다. 왜소하고 마른 그녀에게 딱 맞는 상의들은 경찰663과는 대조되면서 그 색상 또한 분명해서 동적인 힘을 영화에 부여한다. 이후에 경찰663과의 만남에서 스튜어디스의 복장으로 나타난 페이는 이전의 경찰 애인과 같은 복장이지만 전혀 다른 복고스러운 느낌을 풍기면서 “역시나 페이” 라는 말이 나오게 한다. 그녀의 선글라스, 숏컷 그리고 몸짓이 삼박자를 이루어 여성 빈티지의 정석을 보여준다.
<삽입곡>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삽입곡 The Mamas and the Papas 의 California Dreamin 이다. 1965년도에 발표된 이곡은 롤링스톤지에 소개되었고 1994년도 <중경삼림>을 통해서 다시금 탄생하여 그 빈티지스러움을 더한다. 영화 자체가 빈티지를 소비하다 보니 빈티지스러운 영화가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지 싶다.
- 브이룩 에디터 김로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