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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Aug 02. 2020

셰익스피어 맥베스와 네스호의 괴물 네시

영국 여행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네스 호의 괴물 네시

인버네스 도착부터 머무는 내내 비가 왔다. 긴 여행으로 쌓인 피로와 비 내리는 도시의 스산함이 대부분의 시간을 숙소에 머물게 했다. 그래도 셰익스피어 비극 ‘맥베스’의 배경이 되었다는 인버네스 캐슬을 둘러보자는 생각에 길을 나섰다.

< 인버네스 캐슬과 캐슬에서 내려다 보이는 시내 >


캐슬은 네스강과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있었다. 네모진 붉은 벽돌이 차곡차곡 쌓여 둥글고 반듯한 모양이다. 코로나로 굳게 문 닫힌 성 주변은 가끔 공사 차량만 지나다닐 뿐 인적이 드물다. 바다에서 날아온 갈매기인지 호수에 사는 기러기인지 흰 새 한 마리가 성벽 담장에 앉아 서성인다. 아이들은 성을 둘러보기보다 흰새를 따라다니느라 바쁘다. 흰 새는 말이 없지만 무언가 사연이 있는 눈빛이다.

< 성벽을 서성이던 흰새 >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던 맥베스는 숲에서 만난 마녀들에게 훗날 자신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왕이 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면 마다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어떠한 왕이 될지는 맥베스의 선택이다. 마침 스코틀랜드 왕 던컨은 승전 축하를 위해 맥베스의 성에 도착한다. 맥베스는 망설였지만 아내의 잔혹한 설득으로 잔인하게 던컨을 죽이고 스코틀랜드의 왕이 된다.

맥베스의 아내는 죽음의 망령에 혼이 나가 자살을 하고 맥베스도 불안과 공포로 괴로워하다가 죽게 된다. 맥베스는 가장 어리석은 방식으로 가장 불행한 왕이 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인버네스 캐슬이 그 이야기의 배경이다.

영국 이곳저곳을 여행하다 보니 어느 곳에나 역사에 대한 기록과 스토리텔링이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도 영국 역사를 바탕으로 한 것들이 많다.  영국을 셰익스피어의 나라라고 하는데 스토리텔링 즐기는 영국이 있기에 셰익스피어가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버네스에서 빠질 수 없는 스토리텔링이 또 하나 있다. 로크네스( Roch Ness: 네스 호수)의 상징 ‘네시’이다. 길이 20미터가 넘는 정체불명 괴물인데 지난 200년 동안 직접 봤다는 사람만 천명이 넘는다. 영국 전역에서 생물학자, 탐험가를 비롯 네시를 찾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백만 파운드의 상금이 걸리기도 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겠지만 스토리텔링 좋아하는 영국인들 아닌가! 네시 관련 만화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다. 네스호 주변에 네시 박물관을 만들면서 전 세계 미스터리 애호가(?)들이 찾아와 이 곳은 관광지가 되었다.

< 네시 박물관 내부 >


이 곳의 역사 유적지는 사람이 없어도 네시 박물관은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로 북적인다. 우리 아이들도 네시 인형을 사고 하이랜드 여행 내내 네시 이야기뿐이다. 다시 와서 네시를 꼭 찾아내 백만 파운드 현상금을 받겠다는 큰 아이, 네시는 허풍쟁이의 상상일 거라는 둘째, 네시를 절대 잡으면 안 된다는 지구 지킴이 막내.


아이들은 지나간 과거, 역사보다 미스터리, 정체불명, 무한도전 이런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스토리텔링에 빠져드니 캐슬에서 만난 흰새가 맥베스에게 죽임을 당한 던컨 왕의 혼령이 아닌가 싶고 왕이 되고픈 막베스의 전령이 네시기 된 것이아닌가 싶은 엉뚱한 상상을 하게 된다.

[스코틀랜드를 지형적으로 남과 북으로 나누어 로우랜드와 하이랜드로 구분한다. 스코틀랜드 전체 수도는 에든버러이지만 인버네스는 하이랜드의 수도이다. ‘Mouth of the River Ness’라는 뜻의 인버네스는 56제곱킬로미터 면적에 최고 깊이 230미터로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강이다. 도시 어느 곳에서나 네스강이 보인다. 큰 강은 아래위로 뻗어 호수가 되고 다시 강이 되어 끝없이 흐른다. 북쪽으로 흘러 흘러 북해(Black Sea)와도 만난다.]

< 로크 네스, Roch Ness/ 네스강>


Inverness in Highland, Scotland, UK (2020.07.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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