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런던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 스타킹 Nov 07. 2020

하던 대로 하지 않기, 살던 대로 살지 않기

영국 코로나




런던은 이번 주 목요일부터 한 달간 2차 럭다운이다. 최근 들어 하루 확진자 2만 5천 명, 사망자 300명을 오르락내리락했다. 비공식 하루 확진자 10만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3월 1차 럭다운 시기, 일일 최대 확진자 5천 명, 최다 사망자 1000명이었다. 확진자 수만 본다면 지금은 1차 피크 때보다 공식적으로는 5배, 비공식은 20배가 넘는다. 물론 코로나 테스트 능력이 향상되어 확진자 수가 늘어난 면도 있다. 아무튼 확진자의 급격한 증가와 사망자 수를 억제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2차 럭다운 시행을 결정했다.  

1차 럭다운은 어느 정도 공포스러운 분위기였다. 정부는 준 전시 상황에 빗대었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국민 연설을 했다. '전쟁도 이겨낸 우리 국민이여! 우리는 펜데믹 또한 이겨낼 수 있습니다!' 대충 이런 메시지였다. 일부 사람들은 동요했고 마트로 달려가 사재기도 했다.




이번은 다르다. 2차 럭다운이 발표되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평온하다. 마트로 달려가기보다 레스토랑 예약이 급하다. 럭다운으로 모든 식당이 문을 닫기 전 '최후의 만찬’을 즐겨야 하니까. 내 경우도 대부분의 약속을 앞당겨 모였다. 그래 봐야 공원에서 커피 한잔, 노천카페에서 브런치 하는 정도이지만 이렇게라도 타인의 숨결을 느껴야 한 달간의 럭다운을 버틸 수 있다. 


9월 개학과 함께 바이러스 확산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물론 정부는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내렸지만 아이들은 학교로 어른들은 사회 활동으로 그 어느 때 보다 모이기에 힘썼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확진자 수는 1차 피크를 가볍게 뛰어넘었고 결국 2차 럭다운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정부는 의료시스템 붕괴 위험을 호소했고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지켜내기 위해 2차 럭다운을 받아들였다.

다행히 이번 럭다운 기간 동안 아이들은 정상 등교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는 것은 가족 모두의 정신 건강에 해롭다. 바이러스 감염보다 더 위험한 것은 사춘기 자녀와 갱년기 엄마가 온종일 함께 있는 것이다.

< 오늘 공원 산책길 >


지난번 럭다운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공원 산책은 가능하다. 공원 내 카페 테이크 아웃 또는 야외 테이블 이용도 가능하다. 우울한 영국 가을 날씨를 이겨내려면 하루 한번 산책은 필수다. 오늘도 어김없이 동네 공원에 들어섰다. 대부분 마스크 없는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럭다운이 무색하다.


영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Keep Calm and Carry On), 이것이 미덕이다. '역시 영국인이야!'라고 한탄 섞인 감탄을 했다. 요즘 같아서는 하던 대로 계속하면 안 되는 것들이 더 많은데 말이다.


철학없는 정치권력, 내로남불 좌파우파. 편가르는 진영논리, 이해불가 자가당착, 근거없는 편견모독, 성찰없는 자기 독단, 민폐제조 자기확신, 사장사모 꼰대갑질, 젠더차별 인종차별, 예수천국 불신지옥, 접대문화 사회생활, 배신배반 인간관계, 자기소모 연애관계, 이해없는 부부관계, 대리만족 자녀압박, 돈만낭비 심야과외.


요즘 들어 뭔가 일이 안 풀린다면,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면 한 번은 생각해 볼 일이다. 바야흐로 뉴 노멀 시대를 맞이 했으니 말이다. 나에게 하는 이야기다.

하던 대로 하지 않기! 살던 대로 살지 하지 않기!
Keep Calm but DO NOT carry on!


매거진의 이전글 딸과 며느리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