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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런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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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Mar 21. 2020

딸과 며느리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영국 생활



런던은 사실상 이번 주말부터 럭다운(Lockdown)이다. 학교, 식당, 카페, 극장 모두 문을 닫는다. 거기다가 불필요한 외출도 삼가라고 하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낯선 일상이다.





코로나 덕분(?)에 평소보다 여기저기 안부를 더 묻고 받는다.

오늘은 동생이 생각났다. 동생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며칠 먼저 럭다운(Lockdown)이 시작되었다. 트럼프의 '중국 코로나' 발언으로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증가했다고도 하고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해 연락을 했다. 잘 지내고 있는지, 비상식량은 있는지.

베짱이 캐릭터 동생은 워낙 천성이 낙천적이라 아무 준비 없이도 당황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었다. 밝은 목소리로 '쌀이랑 휴지가 없어~ 없으면 없는 데로 살지 머!" 한다. 일개미 캐릭터 나는 한 달 전부터 비상식량, 소독제, 구급약품 등을 조금씩 모아서 집안을 거의 방공호 수준으로 갖추어 놓았다. 지인들이 필요 물품이 생기면 멀리서도 우리 집을 찾아 올 정도다.

아무래도 동생이 걱정되었다. 이곳도 사정이 좋지 않아 도울 수는 없고  '식료품 사러 가기 힘들면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라도 공수해 달라고 해라' 했다. 그럴 거까지 없다면서 함께 사는 시엄마(동생은 이렇게 부른다)가 시니어라 오전 시간에 우선 쇼핑 대상자란다. 그때 조금씩 사다 주시기로 했다면서 그렇게 지내면 된다고.

“시어머니도 노약자이신데 웬만하면 바깥출입 삼가 시도록 해”라고 하니 동생이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과일이랑 먹을 것 사서 주려고 갔는데 문도 안 열어 주고 "엄마~ 거기다 놓고 가. 집에 가서 쉬세요!"" 했다는 거다.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시엄마가 맞벌이하는 시누이 아기를 봐주러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시는데 딸이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재택근무하게 되었단다. 그래도 시엄마는 딸이 궁금하고 걱정되기도 해서 과일 봉지를 들고 딸내미 집을 찾아가셨는데. 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셨다는 거다. 밖에 나와 있는 쓰레기통이라도 들여다 주려고 문 좀 열라 했더니 , 엄마 집에 가서 쉬시라고 했다는 이야기이다.

"근데 시엄마는 그래도 딸이 좋데~"

그건 또 무슨 소리냐고 하니,

"나는 시엄마한테 밖에 못 나가 심심하시니 집안일 좀 드릴까요? 했는데 딸은 " 엄마, 심심하면 퍼즐 사줄까?"라고 했다 하시면서 아무래도 며느리보다는 딸이 더 좋다고 하셨단다.


그런가 싶어 허탈하게 웃었다.


딸과 엄마 그리고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에 사회적 거리는 얼마일까?

오늘은 우리 엄마 그리고 시엄니께 안부 전화를 드려야겠다. 이곳 런던에도 봄은 오고 꽃은 피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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