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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Mar 14. 2021

어떤 부모의 유산

영국 사회




며칠 전 학부모 대상 자녀 교육 온라인 강의가 있었다. 둘째 아이 학교에서 제공한 ‘사춘기 청소년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 그들을 대하는 부모의 자세’에 대한 강연이었다. '자녀의 지적, 사회적 성장을 막고 싶지 않다면 헬리콥터와 스노우플로 부모는 되지 말라.'는 내용이 있었다.  

한국에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부모가 있다면 영국에는 '헬리콥터'와 '제설차(Snowplow)' 부모가 있다. 자녀 주변을 맴돌면서 일거수일투족 감시와 간섭을 하는 '헬리콥터' 부모, 자녀 앞에 닥친 사소한 문제들까지 본인들이 나서서 모두 해결해 주는 ‘스노우플로’ 부모들 말이다. 일부겠지만 극성 부모는 시대를 초월하고 국경을 넘나 든다.



< 헬리콥터 부모>


어제 BBC를 비롯 여러 영국 매체에 전국 학교 대표 협회 회장과 교육부 장관과의 대담이 기사화되었다.  'Pointy-elbow' 부모들로 인해 교사들이 심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사연은 이렇다. 팬데믹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GCSE와 A-Level 시험이 취소되었다. (영국은 13학년제 교육 시스템으로 11년간 의무교육을 마치고 GCSE 시험을 본다. A-Level은 13학년에 치르는 대학 입학자격시험이다.)


작년 시험이 취소되고 대신 교사가 개별 학생을 자체 평가하고 그 결과를 시험 주관사에 제출하기로 했다. 시험 주관사는 다양한 컴퓨터 알고리즘을 적용해 해당 학생의 최종 점수를 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발표 당일 성적표를 받아 든 학생과 학부모 일부가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인해 예상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아 불이익을 당했다며 거리로 나섰다.



< 스노우플로 부모>


영국 정부는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 교사가 제출한 점수를 최종 결과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는 컴퓨터 알고리즘 적용 없이 전적으로 교사의 평가를 최종 점수로 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팔꿈치가 뾰족한’ 부모들이 나선 것이다. ‘Pointy-elbow'는 여러 뜻이 있지만 이 기사의 맥락은 '다른 사람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매우 적극적인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이 학교로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자녀에게 더 좋은 점수를 요구하며 교사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영국에는 어필(Appeal)하는 제도가 있다. 시험을 치른 후 예상보다 점수가 나오지 않거나 어떠한 사정으로 시험 당일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때  그 상황을 어필하고 재평가를 요구하거나 재시험을 치를 수도 있다. 


GCSE와 A-Level  도입 이후 시험이 취소된 것도, 그 결과를 전적으로 교사의 평가에 맡기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모의 압력 행사는 극히 일부의 모습일 것이다. 주목할 것은 전국 학교 리더 연합의 대표가 교육부 장관과의 공식적 만남에서 이러한 상황을 언급하고 공개적으로 '경고'를 했다는 것이다. 


교사에게는 압력행사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말라는, 학부모에게는 그러한 압력행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보도되지 않았다면 어떤 식으로든 음성적인 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잘못된 부모들을 향해 '그것은 반칙이고 반칙은 안된다'라고 명확하게 알린 것이다. 사회는 지속적으로 반칙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개인은 반칙을 대물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개인과 사회는 어떠한 유산(Legacy)을 남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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