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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Mar 24. 2018

부자와 가난 사이

관계 맺기




어찌하다 보니 좀 작은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짐도 줄이고 넷째 아이를 조르는 남편의 의지도 꺾을 겸, 늦둥이 셋째가 아기 때부터 쓰던 물건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인스타그램과 페북이 중고 시장 역할을 한다. 주말 내내 물건을 올리고 댓글을 확인하고 답글을 달고 딜을 한다. 눈이 아프고, 손가락마저 저려온다.


 작은 장난감부터 시작한 거래에 재미가 들리자, 값나가는 것들도 올리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고, 가격을 적고, 흥정을 하고, 거래 성사 여부에, 판매 가격 한 두 푼에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주머니에 한 두 푼씩 쌓이자 욕심은 점점 커져만 간다. 선생님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나는 크게 가난한 적도 크게 부자였던 적도 없다. 결혼해서도 마찬가지였고 돈 욕심을 낸 적도 없다. 그런데도 아기 물건을 팔며 한 푼 두 푼 벌자니 재미로 시작한 것이 점점 전투력마저 든다.






 드디어 100달러 넘는 딜이 시작됐다. 난 110달러를 적어 두었고, 상대는 100달러에 배달까지 부탁한다. 일단 응했는데 만족스럽지 않다. 그런데 바로 다른 댓글이 올라온다. 110달러에 심지어 가지러 오겠단다.  상도를 지키느냐  10달러에 신의를 져버리느냐?   꼼수를 쓰자. 외진 먼 곳까지 배달할 차량이 없다고 하자. 저쪽에서 포기하도록. 그런데 의외의 답이 온다. 외곽에 사는 시아버지가 물건을 가지러 오시겠단다. 잠시만 기다려 보란다.

<할아버지의 자동차와 나의 장난감>



  

잠시라던 시간은 3시간을 훌쩍 넘겼고 드디어 시골 노인이 나타났다. 꽤 부피가 나가는 물건이라 혹시나 차 없이 오신 건 아닌지 물었다. 큰 차를 가지고 오셨단다. 심지어 차 위(?)도 트렁크가 있단다. 말의 여물을 싣고 다닐 법한 차를 보는 순간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한 푼이라도 더 받아보려고 멸균 티슈로 닦고 광을 낸 내 물건이 참 쓸데없는 것으로 느껴졌다.



할아버지는 물건을 트렁크에 싣고, 고이 간직해 두었던 듯한 100달러 지폐를 건넨다. 아마도 그 돈은 할아버지가 한 달 내내 모아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생각에 그리고 10달러 이익에 흔들렸던 내 마음은 한 없이 가난해진다.  3개월 된 첫 손주에게 100달러짜리 선물을 안겨 준 할아버지의 마음은 오늘 한 없이 부자 일 것이다. 자동차는 털털 소리를 내며 떠난다. 마음이 가난해진  나와 부자가 되신 할아버지 사이는 그렇게 멀어진다.


<헐아버지가 주고 가신 100달러 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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