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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런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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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Dec 16. 2019

타는 재미가 있는 런던 지하철, 이층버스 그리고 택시

런던 교통


          

          런던과 서울의 대중교통은 같은 듯 다르다





1. 런던  지하철
런던 지하철은 100년 이상의 오랜 역사가 있다. 그래서인지 신규 노선을 제외하면 좁고 어둡고 낡았다. 그래도 몇 번 이용하다 보면 런던 시내부터 외곽까지 빠르고 효율적인 동선에 만족하게 된다.

가끔씩 재치 있고 장난기 넘치는 안내 방송에 타는 재미가 있다. 출퇴근 시간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려는  푸시맨(Push Man) 대신, 한 명이라도 덜 태우려는 풀링 맨(Pulling Man)이 있다. 물리적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안전 팻말을 들고  ‘곧 다음 열차가 도착하니 조금만 기다리라’며 심리적으로 풀링(Pulling)한다. 정말 조금 기다리기만 하면 안전하고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역마다 상징이 있다. 셜록홈스 활동 무대였던  베이커(Baker) 역 승강장에는 셜록홈스, 빅토리아 역은 빅토리아 여왕의 초상이 있다. 역 이름을 지나쳐도 상징 그림을 보고 타고 내리면 된다.

런던 지하철(Underground)은 TFL(Transport For London)이 운영한다. TFL은 그 외에도 런던 내 버스, 지상철(Overground), 수상버스(River Boat), 철도도 관리한다.  TFL 탑승권은 Oyster Card이다.  교통카드 이름이 ‘굴’ 이라니!

그래도 의미는 그럴싸하다. 굴은 딱딱한 껍질 속에 안전하고 비밀스레 진주를 품고 있다. TFL가 안전하게 런던의 숨겨진 매력을 탐색하게 해 준다는 의미인 듯하다. TFL이 ‘굴’이라면 런던은 ‘진주’인 것이다.


‘Oyster’에 대한 표현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의 작품 ‘즐거운 아낙네들(The Merry Wives of Windsor)’에 등장했던  ‘세상은 너의 것이다(The World is Your Oyster’)에서 유래되었다.


매일 런던 지하철을 타고 인생의 진주를 찾아다닌다 생각하니 좁고 어둡고 지저분한 건 별로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인다.






2. 런던 이층 버스

런던의 상징이 된 빨간색 이층 버스는 1950년대 ‘루트마스터(Route Master)’로 시작되었다. 운전자는 영국인부터 다양한 인종, 다양한 연령층이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승객이 타고 내릴 때 그들이 안전한 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말없이 기다려 준다.


휠체어나 유모차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다. 버스역마다 고유 알파벳 코드가 있어 정확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되면 이층 버스 2층 맨 앞자리에 앉는다. 11번 버스를 타면 웨스터민스터-트라팔가-세인트 폴 성당을 오가며 여행객이 되어 볼 수 있다. 중심가뿐 아니라 런던 외곽 작은 마을까지  버스 노선이 닿는다. 동네마다 빅토리아 양식, 튜터 양식들 다양한 형태의 집들과 교회 건축물을 보는 재미도 있다. 하염없이 가도 지루하지 않다.


단점이라면 가끔 운행 중간에 노선이 바뀌기도 하고 종착역이 변경되기도 한다.






3. 런던 블랙캡
블랙캡(런던 택시)은 런던의 상징이다. 기사는 대부분 영국인(British 혈통)이며 나이 드신 런던 토박이다. 블랙캡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2~4년간 훈련 기간을 거쳐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런던 어디라도 우편번호, 건물명 혹은 길 이름만으로 내비게이션 없이 바로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더해 관광 가이드 수준 이상의 지식을 겸비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머릿속에 런던의 역사, 문화, 지도를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노선이 정해져 있는 버스 기사와 블랙캡 기사의 IQ 비교 데이터가 있다. 후자가 훨씬 높다고 한다. 머리가 좋아야 블랙캡 기사가 될 수 있는 것인지 런던 지도를 외우다 머리가 좋아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친절하고 매너도 좋다. 블랙캡 기사 1년 수입은 억대가 넘는다.

운전 중 기사가 라디오 청취, 전화 통화 또는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경우는 없다. 운전석과 승객석이 투명 가림막으로 분리되어 기사의 근무 영역 독립과 안전이 보장된다. 필요시, 마이크 버튼을 누루고 기사와 승객이 소통할 수 있다.

타고 내릴 때 언제나 미소를 지어주고 짐이 있으면 들어 올리고 내려준다. 그들의 연수입은 1억 원이 넘는다. 친절과 미소가 연봉 1억을 만든 것인지 연봉 1억이 친절과 미소를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다.





4. 런던 ‘우버’

런던 우버 기사 대부분은 이민자이며 런던 시민권자다. 다양한 연령층에 다양한 삶의 경험이 있다. 경우에 따라 사무직보다 높은 수입, 필요에 따라 운행 중간 개인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근무 조건에 만족한다.

                                                                                  내비게이션의 도움이지만 ’ 우버’ 기사도 목적지를 헤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간혹 친근하게 먼저 말을 걸어 주기도 하고 궁금한 것을 물으면 그 이상의 정보를 준다. 영국 정착기뿐 아니라 출신 나라와 영국에 대한 자신들의 삶의 경험을 나누어 준다.


15세에 난민으로 영국에 정착해 40년을 런던에 살았다는 기사 아저씨로부터 ‘난민이 되는 법’에서부터 자신이 경험한 ‘세계 최고 인권(Human Right) 국가 영국’ 찬가도 들어 보았다.


사실 안전상의 이유로 영국에서 우버 영업권은 올해 12월 2일 정지되었다. 하지만 최종 결정까지 정상 운행되고 있다. 곧 우버를 이용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친절하고 마음씨  좋았던 기사분들이 이제 어디로 가셔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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