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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Mar 04. 2020

마스크도 안 쓴다! 휴교도 없다!

영국 코로나



마스크도 안 쓴다. 휴교도 없다. 모임도 활발하다. ‘Keep Calm and Carry On' 그리고 ‘Do Not Disturb My Daily Life'인 듯하다. 이런 식으로 대비하는 것은 대책이 없는 것인가 싶을 정도다. 이면엔 정부도 국민도 인정하는 것 같다. ‘바이러스 확산은 막지 못한다, 다만 불안만은 막아내자’로. 이 사태가 끝나면 한국형 vs 영국형 대비 자세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한국과  영국 분위기 사이에서 혼란스럽던 나도 이제 적절한 자세를 잡아야겠다. 무슨 일이든 자세가 중요하다.



< 국가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설문조사 결과>


1) 정부 :  

어제 대국민 COVID-19 대책 발표가 있었다.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에 대한 대비는 완벽하다. 의료진, 의약품, 병상, 격리시설, 비상 식료품 등 모든 것이 충분하다. 필요시 군 동원도 가능하다. 모든 가능성은 열어 두지만 최악의 경우가 아니면 셧다운은 없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는 우리가 한다. 식료품 사재기 (Panic-buying) 할 필요 없다 난센스다.  일상을 유지해라. 손을 더 자주 씻어라!!


건강한 사람은 걱정하지 말아라. COVID-19은 치사율은 1% 미만으로 종식 될 갓이다. 노인이나 기저 질환자는 위험할 수 있지만 우리가 집중 케어하겠다. 유아나 청소년은 감염 케이스가 많지 않으니 당분간 휴교하지 않을 것이다. 휴교나 셧다운은 득 보다 실이 많다.’


보리스 존슨은 자신감이 넘쳤고 관련 대국민 기자 회견을 하면서도 농담도 하고 기자들도 함께 웃는다. 별다른 대책도 없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겠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선제적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건 없다. 다만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놓고 있다고만 했다. 결론은 그냥 평소처럼 일상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참 안일하네. 이게 무슨 대책 발표인가... 싶다가 다 듣고 나니 일종의 불안감이 좀 사라진다. 그것이 목적이었다면 성공적인 기자 회견이다.



<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손씻기 포스터 /                                     보리스 존슨이 코로나 예방을 위해 손을 싰고 있는 모습>





2) 언론

 BBC나 Guardian은 COVID-19 관련 기사가 헤드라인이다. 하지만 대부분 팩트만 전달하고 계속 '손 씻어라- 자주 씻어라- 더 자주 씻어라'만 반복한다. 그나마 어제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오늘 오전 BBC 헤드라인도 다른 토픽으로 바뀌 었고  COVID-19 관련 뉴스는 아래로 내려갔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보다는 그로 인한 불안을 막기로 정부와 모종의 합의가 있었나 보다.(라고 추정한다) 무가지나 황색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미디어들은 한국 온라인 뉴스만큼 자극적이고 불안이 조장되는 기사가 넘쳐난다.




3) 학교

주기적으로 COVID-19 관련 이메일을 보낸다. ‘정부 의료기관(NHS)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안심하세요! (그런데 말입니다) 학교 학생 중에 유증상자 (감염 의심자라는 표현은 안 쓴다)가 있어요. 그렇다고 걱정할 건 없어요! 검사 결과 기다리고 있고 증상도 심하지 않아요. 현재 자가 격리 중입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아직 전혀 걱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고로 휴교 예정도 없습니다. 만에 하나 휴교나 확진 판정으로 학교를 나오지 못할 경우 Remote 학습을 지속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요.’


방과 후 수업도 여전히 진행 중이며, 학교 간 대항 스포츠 시합도 여전하다. 큰 아들은 워터폴로 팀인데 어제는 2시간 버스 타고 원정 경기를 하고 왔다. 오늘 체육 수업이 수영이라서 하지 말라고 했더니 COVID-19 때문에 안 하겠다는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란다.중국을 제외하고 4월 초 부활절 학교 해외(이태리 포함) 수학여행은 아직 취소 예정이 없다. 달라진 것은 교실에 손소독제와 휴지가 비치되었다. 한국 엄마만 애탄다. 그냥 휴교하지 하는 생각도 든다.




4) 동네 주민 & 학교 학부모

길에서 만나도 학교에서 만나도 COVID-19 관련 주제는 꺼내지도  않는다. 동네 친하게 지내는 집이 있다. 그 집은 TV도 없다. 신문도 안 본다. 라디오는 듣는다. 티타임 하러 가서 다른 얘기 끝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비해야 한다. 현 상황이 이렇다.' 설명을 해주니  시큰둥 '그래?' 하더니  '난 그냥 평소처럼 살 거야. 난 원래 집에서 손 소독제 사용해. 아직 충분히 있고. 특별히 뭘 하진 않겠어'라고 한다. 그리고 7월에 계획한 여행 이야기만 한다. 결혼 30주년 기념해서 캠핑카 타고 스코틀랜드 일주할 거란다. 거기가 자기네 신혼 여행지였다면서. 나만 머쓱해진다.


페북에 동네 모임 사이트에 한 회원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불안하다 학교를 자체적으로 안 보내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 지인 중엔 가족 모두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올렸다. 대부분인 '불안 조장하는 글은 올리지도 퍼 나르지도 말아라.. 그럴 시간에 손이나 잘 씻어라'가 대세다.



5) 마켓플레이스

간혹 식료품 사재기 현상이 있고, 손세정제는 품절 상태다. (주변에서 본 의연한 영국인들의 모습과는 다른 면이다)

1) 마스크

한국은 마스크가 품절이라는데 런던은 마스크 쓴 사람을 볼 수 없다. 마스크를 잘 팔지도 않을뿐더러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아픈 사람이라 생각한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로 의심받을 수 있다. 매일 아침 등교를 위해 기차를 타야 하는 큰 아들을 위해 마스크 몇 개를 챙겨 주었지만 가방에 넣고만 다닌다. 중국 친구들도 마스크 가지고는 다니지만 모두 주머니에서 꺼내기를 주저한다.


아마존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올 2월 초부터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셀러들이 부쩍 늘었다.  1회용 의료용 마스크가 개당 0.5~1 파운드 정도다. 품질은 바이러스가 감영 방지에 도움이 될까 싶다. 품절된 상품도 있지만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마스크는 큰 도움이 안 된다. 확진자나 환자 또는 그들을 대면하는 의료진들에게만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10-50% 할인하는 마스크도 등장했다. 한국으로 가져다주고 싶다.


2) 손소독제

언론이나 정부에서 줄곧 하는 얘기는 '일상은 유지하되 손만 더 자주 씻어라'이다 보니 오프라인/온라인 마트 모두 품절이다. 또는 가격 폭등이다. 우리 집은 5인 가족인데 50ml짜리 손 소독제 개당 4파운드에 겨우 5개 구했다. 난 운이 좋은 편이라 싼 값에 구했지만 지금 아마존 들어가 보니 품절 또는 10배 오른 가격으로 조금씩 팔고 있다. 원래 가격은 50ml당 0.5파운드 정도다.


< 아마존에서 품절된 손속제/50배 오른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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