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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Mar 24. 2018

둘째 없는 날

자녀 양육



 집이 조용하다.

 둘째가 집을 떠났다. 처음 가는 2주간의 캠프.
 아들 떠난 후에도 남은 가족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한다. 아무 생각 없이 육수 내고 야채를 썬다. 재료를 넣고 끓인다.


 그리고 나서야 문뜩 나에게 묻는다. '뭘 만들고 있었던 거지?'


무의식이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었나 보다. 그렇지 그 만만한 된장찌개. 어제도 끓인 된장찌개. 갑자기 생각이 바뀐다. 오늘은 아니다. 그럼 뭘 하지? 된장찌개만 아니면 된다. 


새로운 게 없다.


상상력, 호기심, 도전 정신 모두 없어진 지 오래다. 어느새 카레 가루를 붓고 있다. 다 되었다. 그냥 다 익었을 뿐이다. 이건 카레도 된장도 아니다. 필요한 재료와 필요한 시간 모두 넣었지만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잔소리, 설득, 다그침, 강요 그리고 후회,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공들여한다고 다 했는데 하지 말아야 할 것만 했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를 말 것을.....


둘째 없는 빈자리가 나를 깨우친다. 한밤중 아이가 울며 전화를 한다. 엄마가 보고 싶어 꺼이~   엄마 잔소리가 듣고 싶어 꺼이~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가 먹고 싶어 꺼이꺼이~~


내 마음도 운다.


 아이 목소리를 들으니 울고 있어도 행복하다.

 

그냥 된장찌개를 끓였어야 했다.
 

< 천산이 보이는 캠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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