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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Mar 24. 2018

두고 온 물건

가족 관계



 2007년 10월. 예신이가 세 살 반.. 제법 걸음걸이가 여물어졌을 때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알마티로 왔다. 그렇게 10년. 예신이 밑으로 동생이 둘.. 이제 동생들 손을 잡느라 예신이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7번 이사를 했다.


 이번엔 같은 동 아래층이다. 잠시 머물 곳이기도 하고 살던 곳보다 많이 작은 집이라 짐을 줄였다. 들고 온 짐보다 버린 물건이 더 많아 보인다. 새로운 집에 다섯 식구가 들어서니 이미 집이 만원 버스다.  이제 옛날 집 넓고 텅 빈 거실엔 7번의 이사를 함께 했던 오래된 피아노만 혼자 남았다.
                                                                          

열 살 무렵이던가... 피아노 배우고 싶다고 조르던 나에게 '나중에 사자~'하며 미안해하시던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반짝반짝 윤이 나는 피아노를 들이셨다. 무려 새 피아노다!

 

이번엔 남편이 '나중에 그랜드 피아노를 사자~'하며  두고 오잖다. 새로 들어 올 집주인도 좋아라 한다.


하룻밤 이틀 밤이 지났다. 낯설어 그런지 잠이 안 온다. 아침에 아이를 바래다주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나도 모르게 옛날 집 문 앞에 와 있다. 새단장을 하는지 열린 문으로 페인트 칠하는 인부들이 보인다.  먼지로 집 안이 쾌쾌하다. 혼자 남았던 피아노가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갑자기 울컥한다.


 오래 잡고 있던 엄마 손을 놓아 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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