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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런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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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Apr 02. 2020

온라인 수업의 적정 가치

영국 코로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면서 지난주부터 초중고 모두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었다. 영국은 9월 가을학기를 시작으로, 봄학기, 그리고 여름학기로 한 학년을 마감하는 3학기제이다. 봄학기를 일주일 남기고 학교 문을 닫으면서 지난 주간은 온라인 수업으로 대신했다. 사립학교의 경우 이번 주부터  3주간 부활절(Easter Holiday) 방학인데 4월 중순 시작되는 여름 학기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영국의 공립학교는 무상 교육이지만 사랍학교는 매 학기 시작 전 학비를 내야 한다. 학교에 따라 연간 10,000파운드에서  40,000 파운드 이상되는 학교들도 있으니 학부모에게 큰 부담이다. 다행히 학교마다 학업, 음악, 미술, 체육 또는 제정 지원 장학금 제도가 있어 일부 면제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대부분 학부모들이 경제 활동에 타격을 입었고 결과적으로 학비 지불 능력에 영향을 받게 되었다.


< 영국 런던 덜위치 컬리지 >



그렇다면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는 이번 여름 학기 학비는 얼마로 책정될까? 모든 학부모들의 관심사이다. 학교와 학부모 모두 나름대로 당위성과 합리적인 근거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대부분 모든 것이 느린 영국에서 이런 일들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학부모들의 논의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30개 학교로부터 수집된 학비 감면 범위, 감면 이유 등이 정리된 자료가 공유되었다. 이어서 지난 일주일간 진행되었던 온라인 수업에 대한 만족도, 각 가정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겪게 된 경제적 타격 여부, 학교와 협의 가능한 감면 범위 등 학부모 전체의 의견을 묻는 온라인 설문이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전달되었는지 학교로부터 온라인 수업 전과 후 발생 비용 그리고 각각의 가치평가를 진행 중이니 기다려 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자본주의 작동 원리가 멈춰 버린 이 상황에서 영국에서 시작된 '보이지 않는 손'은 이럴 때 어떤 역할을 할까?

< 씨티 오브 런던 스쿨 >


영국의 대표적인 사랍 학교 이튼 컬리지(Eton Colleage-중고등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는 이번 여름학기 학비를 33% 감면했다. 감면 액수를 이미 발표한 학교는 30개 정도이다.  대략적으로 10%에서 30% 사이이며 80% 감면의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평균은 23.5% 삭감이다. 그렇다면 온라인 수업의 적정 가치는 얼마일까?

온라인 수업으로 가장 수고와 부담이 더해지는 것은 교사와 학부모이다.  교사는 새로운 방식의 수업과 평가 방식을 고민해야 하고 부모는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 모두 재택 근무자가 되는 것인데 출퇴근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24시간 근무가 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물론 학교도 새로운 온라인 수업 운영을 위한 시스템과 행정을 뒷받침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이 학교 생활 전부를 대체할 수는 없다. 학교는 단지 수업만 하는 곳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위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었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또 다른 중요한 것이 사회적 관계 맺기(Socializing)이다. 수업 이후 친구들과 함께 하는 클럽 활동, 학교 대항 스포츠 경기, 봉사 활동, 다양하게 제공되는 런치와 스낵 메뉴를 즐기며 나누는 대화,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는 시간, 선생님으로부터 받는 격려나 훈계마저도  학교가 제공하는 보이지 않는 가치인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마다 다른 온라인 수업의 적정 가치는 얼마일까? 기존 학비에서 수업 외에 학교가 제공했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뺀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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