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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JiYou Apr 12. 2021

잘 쳐야 한다는 생각 버리기

당장 눈에 보이는 성장이 없다고 실망하지 마라

짐작하겠지만 나는 어른이 되어서 뒤늦게 피아노를 배우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다. 그 사람들은 하나 같이 혼자 연습한 피아노곡이 있었다. 아무한테도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연습을 하던 곡이 한 곡쯤은 있는 것이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질 좋은 강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도 그곳에서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들을 얻고 유용한 것들을 많이 배웠다. 정말 너무 좋은 세상이다.


그렇게 피아노를 혼자 연습해 온 사람들이 나에게 들려주는 그 연주가 썩 나쁘지가 않다. 신기하기까지 하다. 혼자 연습해서 쳐 왔는데 이렇게 잘 친다고? 물론 어설픈 부분이 당연히 있다. 특히 박자가 정확히 안 맞을 때가 많다. 아니면 손 모양이 좋지 않아서 소리가 뭉개진다거나.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만 골라서 연습했다. 혼자 시작하다 보니 좋은 교재를 못 찾아서 그런 경우도 있고, 교재는 구했는데 멜로디가 따분하고 예쁘지 않다고 생각되어 시작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조금 따분하다고 생각되어도 쉬운 테크닉 연습곡을 골라 차근차근 악보 보고 치는 연습을 하기를 권한다. 그런데 따분한고 지루한 건 멜로디가 단순하고 너무 쉬워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 쉬운 연습곡도 처음 악보를 보는 사람들에겐 어렵기 때문에 하기가 싫은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쉬운 곡도 치기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머리로는 빠르게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피아노는 일종의 기술을 연마하는 일이라고 이전에 언급했다. 다르게 말하면 손가락 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손가락들을 훈련시켜서 일정한 움직임을 실현하게끔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오랜 훈련 끝에 뇌가 생각을 거치지 않고 손가락으로 곧장 신호를 지시해 퍼포먼스가 나오게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인 것이다. 그래서 만만해 보이는 곡도 처음 접하면 생각보다 치기가 어렵다. 


머리로 이해한 것을 몸으로 나오게 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러니 쉬운 교재가 지루하다고 느끼는 것 까지는 좋은데 그게 처음부터 잘 안된다고 자존심까지 상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된다. 이까짓 것이 안 돼?라고 생각하지 마라. 어떤 악보도 처음 보면 다 어려운 거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라. 세상의 어느 누구도 처음 보는 악보를 뚝딱 칠 수 없다. 꾸준한 노력 없이 거저먹으려 하지 마라. 물론 재능이 있는 사람들과 비교한다면 출발선이 다를 수 있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재능만으로 실력을 지속시킬 수 있는 일은 없다. 누구나 일정 시간을 할애 해 연마를 해야 보답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까운 혹은 조금 먼 미래에나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다. 이 시간을 견뎌낸 사람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냐.


남과 비교를 줄이고 자신의 걸음걸이로 멈추지 않고 걸으면 된다.


반면 처음부터 아예 어려운 교재를 찾아봐도 좋다. 어려운 건 원래 어려우니 마음을 비우고 연습하면 되겠지 하고 도전해보자. 하지만 곧 이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너무 어려우니 이런 연습곡을 칠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학원에 다니는 사람만 배우는 걸로 치부해 버리거나 전공자만 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전공자도 처음엔 도레미부터 배웠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보다 조금 더 빨리 배웠을 뿐이다. 나는 나만의 속도로 배워가면 되는 것이다. 어려운 곡을 연습할 때의 장점은 연습 당시엔 어려워서 욕(?)이 나오기도 하지만, 치고 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보다 빨리 느낄 수 있다. 완주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역시 쉬운 연습곡을 가리지 않고 많이 연습해두는 것이 좋다. 좋아하는 곡을 연습할 때 그 곡의 난이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난이도보다는 자기가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더 중요하니까 어려워도 어떻게든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현재의 수준에 맞는 난이도의 연습곡, 또는 오히려 자기 수준보다 한 단계 더 쉬운 난이도의 연습곡을 꾸준하게 연습해 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쉬운 난이도의 연습곡을 완벽히 마스터해서 쳐 본 사람들은 어려운 곡을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도 서서히 알게 될 것이다.


만약 좋아하는 곡과 꼭 필요한 기본 연습곡을 스스로 찾아 병행해서 연습할 수 있다면, 피아노 독학, 정말 성공 가능하다



보통 시작단계에서는 당장 잘 치고 싶다는 생각을 갖지는 않는다. 뭔가 알 것 같을 때, 이제 좀 뭔가 칠 수 있겠다 싶을 때 우리는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다. 왜 이렇게 빨리 늘지 않는가 자책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누구나 쉽게 잘 칠 것 같으면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너무 가벼운 일이 되지 않나. 그렇지만 우린 알고 있다. 세상에 그냥 거저 되는 일은 없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버려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평범한 삶은 포기해야 한다. 평범한 삶을 누리는 것을 지속하고 싶으면 피아니스트가 되려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피아노는 피아니스트의 것만이 아니다.



피아노를 치려면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얼마나 좋은가. 우리는 평범한 삶과 피아노, 둘 다 누릴 수가 있다. 피아노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것이다.

 



조급한 마음을 갖는 사람들에게 내가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언젠가 된다. 잊지 않고 하기만 하면 된다. 또 15분 얘기를 하게 될 것 같은데, 나는 15분을 마법의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되든 안되든 매일 15분만 채워 보아라. 15분보다 더 쳐도 상관없다. 하지만 하루 15분을 지켜보자. 이전에 언급했듯이 안 되는 부분만 딱 골라서 하루 15분만 연습하는 것을 한 달만 쉬지 말고 해 보자. 제발 해 보고 나에게 말해 달라. 나의 학생들은 100퍼센트 이 방법이 아주 효과적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들이 나에게 친절하려고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그들의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그래서 나의 학생들이 아닌 여러분에겐 "15분의 마법의 시간"이 어떻게 통할지 정말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 곡을 마스터한다고 피아노 실력이 당장 늘지는 않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실망이 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새로운 악보를 보면 또 새로운 마음으로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새로운 악보를 쳐보는 것은 중요하다. 차곡차곡 보이지 않는 실력이 늘어가기 때문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몇 달 전에 치던 어떤 곡을 다시 쳐보면 그래도 조금은 늘어 있는 것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계속 멈추지 않고 한 곡을 마스터하고 그다음 곡을 마스터하다 보면 자동적으로 잘 되는 부분이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또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쌓아가면 어느새 작은 성취감이 모여 큰 자신감을 이루게 될 것이다. 
















나의 어느 학생의 첫 수업

할머니에게 이 곡을 쳐드리기 위해 피아노를 처음 배우러 온 학생



중간은 생략한다. 궁금하신 분은 이 채널의 재생목록 중 [레슨]을 살펴보면 차례로 보실 수 있다.


이미 한 달안에 이 곡을 칠 수 있게 되었지만, 다른 곡으로 수업이 계속 진행되는 동안 이 학생은 혼자서 계속 연습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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