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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 Oct 24. 2023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나의 첫 연극 무대


 ‘연기를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본격적으로 작년 겨울, 배워봐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그 때 이집트 다합에서 만난 친구랑 보자보자 하다가 마침 보게 된 이후 대화는 다음과 같다.


“나 연기 배워보려고.”

“나한테 배워.”

“너가 뭔데?”

“나 고등학교, 대학교 다 연기과 나왔는데?”

“???”


 이 계기로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라는 걸 배워보기 시작했다. 처음 배운 날부터 ‘이거다!’ 싶었다. 너무 좋았던 건 평소에 표현하지 못하고 꽁꽁 감추던 걸 ’연기‘라는 요소로는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점. 내 감정을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감정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깐 그동안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던 감정의 승화로 딱 좋은 방법으로 느껴졌다.


 몇 번의 연기 수업과 우리끼리 프로필을 찍고 만들고, 지원서는 100통 넘게 보내보고, 오디션도 봐보고. 내가 배우로 성공하면, 너는 연기 학원을 세우고, 내가 강의 나가주고. 이런 재미난 상상을 서로 얼마나 했던지. 현실을 살아가는 대화가 아닌 터무니 없어보여도 상상하는 대화와 인연은 정말이지 소중하다.


 어찌됐든 친구와는 수업이 종료되고, 어쩌다 이별을 하게 되서는, 남는 시간에 뭘 해야하나 찾아보다가 우연히 날아온 연극아카데미 포스터. 그 계기로 낭독회라는 연극을 3개월 동안 준비하고, 다른 출연자들의 성장에 감탄하고, 나 또한 동기부여를 받고… 연습 과정에 최선을 다하지 못해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무대에서는 스스로 눈물, 콧물이 나올 정도로 감정을 쏟았다는게 뿌듯하다. 정말 원없이 무대에 쏟았다. 귀덕이라는 어여쁜 인물과 함께 해서 너무 좋았다.


 연극을 보러 먼 걸음 해준 지인들이 어찌나 고맙던지. 연극 수업 첫날 부터 연극이 끝나고 뒷풀이에서 연출님의 연기생활 3-40년의 다양한 이야기까지 모든게 좋았다. 그리고 문화를 나눌 줄 아는 사람들과 함께해서 더욱 좋았다. 어찌보면 내가 바라던 모습이었는데, 그 안에 내가 있다는게 어색하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하고.


 연극은 끝났지만, 왠지 더 더 욕심이 생긴다. 앞으로 나의 배우 생활은 어떻게 될까? 이렇게 끝나버릴지도 모르겠지만 인생에 한 부분은 배우로 살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오지윤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근데 그게 좀 맘에 든다.


insta@_ohzy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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