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 Nov 03. 2019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부터 시작하라.

1년 세계일주 그 후 / 선택하는 방법 / 나를 따르기로 했다.

 인생은 선택의 무수한 갈림길이다. 선택은 언제나 어렵지만, 또한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언제까지 선택을 피할 수 만은 없으니, 어쨋든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볼리비아-우유니 소금사막에서


1. 선택하는 기준을 정확히 만들자.

 여행하면서 선택의 기준을 만들었다.

하겠다 안하겠다 고민하는 기준이 '돈'이라면 무조건 하자.

 

 장기여행할때 나는 너무 심하게 돈을 아꼈다. 굳이 아끼지 않아도 되는데에 너무 많이 아꼈다. 세계여행을 떠나겠다며 2년동안 아끼던 습관을 그대로 여행으로 갖고나간건 큰 문제였다. 먹는거, 자는거, 체험하는 거 모두에 아꼈다. 내 여행의 질은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여행하는 동안 만난 한 오빠가 말해줬다.

"하고 싶으면 하는거지, 돈은 어차피 다시 벌면 되는거잖아."


 맞다.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돈은 벌 수 있지만, 시간을 버는 법은 과학기술의 특이점을 넘은채로 전진해가는 현재에도 미래에도, 시간을 되돌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여행에서 얻어온 기준은 지금 삶을 살아가는데도 크게 작용한다. 이런식으로 나만의 기준을 마련하면, 선택할때 수학공식처럼 참고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기준이 쓸모있지는 않다.

2. 직감을 믿자.

<세계의 리더든은 왜 직감을 단련하는가> -야마구치 슈-

 책 제목에서도 알다시피 성공한 사람들은 대개 직감을 믿는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어요.


 '그냥'이라는 단어는 단 두글자로 표현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란 내가 살아온 데이터의 축적이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가 어떤 책을 고르는지도, 내가 빵집에서 빵을 고르는것도. 내 경험이 쌓여, 내가 퓔이 가는 쪽을 선택한다. 무수히 많은 데이터가 축적된 '나'이기에 답을 알고 있는 것도 분명히 '나'다. 그래서 우린 현재의 직감을 믿어야 한다. 현재의 직감을 믿는다는건 과거의 나를 부정하지 않는 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사소한 사건에 관한게 아니라, 어떤 인생의 중대한 사건이 눈앞에 나왔을때, 끝없는 블랙홀로 빠져 들어간다. 사실 그런 문제는 아침에 뭘 먹을지 결정하는 것처럼 간단한건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렵다고 생각할 뿐. 어렵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리고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결정은 브레이크를 건다. 우리 뇌는 기본적으로 어려운건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짜장면을 고를지 짬뽕을 고를지처럼 단순한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문제는 금방 풀릴 수 있다.


 짜장면과 짬뽕을 고민할 때, 어느쪽에 염분이 더 많이 들어가서 내 혈압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끼칠지 (심각한 고혈압 환자 제외하고), 둘 중 어느쪽이 더 칼로리가 높을지, 가격이 적당한지 논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따지지 않는다. 또 그런 사람이랑은 밥 맛 떨어지게 별로 같이 먹고 싶지도 않다. 대부분은 메뉴를 훑다가 감이 오는 하나를 선택한다.


 물론 인생은 중국점 메뉴를 고르는 것만큼 쉬운 결정은 아닐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것부터 직감훈련을 해야한다. 머리로 하나하나 따지는건 뇌가 하는 선택이다. 직감은 심장에서 나온다. 작은것부터 시작하면서, 내 감이 어느쪽으로 기우는지를 자세히 관찰하다보면 나중에 큰 문제를 선택할때도 좀 더 쉬워지리라 생각한다.


3. 사실 선택은 별거 없다.

 미친듯이 고민하는 선택장애였던 데다가, 엄청난 팔랑귀 소유자였던 나는 여행때도 미친듯이 고민했다. 여행이 준 제일 큰 교훈 중 하나가 '선택은 별거 없다.' 라는 거다. 이걸할지 저걸할지 긴 시간에 걸쳐 선택했을때, 그 선택이 생각보다 별로인 경우도 많았고, 단번에 내린 선택이 차라리 괜찮았던 적도 많았다.


 우리가 하는 고민은 사실 별게 아닐지 모른다. 머리 아프게 고민 후에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역시, 고민하길 잘했어.'라고 말하겠지만, 일단 그런 적이 별로 없다. 애꿏은 시간만 낭비했을 뿐이랴, 내 정신 에너지까지 낭비됐다. 차라리 빨리 선택 하는 편이 낭비가 없다. 나쁜 결과가 나오면 운이 안좋은거고, 좋은 결과면 운이 좋은거라고 짚어 넘길 수 있을 낙관적 성격이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이 글을 쓴 나도 계속 고민에 빠진다.

이런 제기랄! 하하하. (김빠진 독자분들께 죄송합니다.)

고민하는 횟수야 줄어들었지만, 역시나 중대한 일에 다다랐을 때 뇌와 심장이 싸우는 소리로 방황한다.


근데 또 모든 정답을 알고 있으면 재미가 있겠는가.

우주를 떠돌던 우리 영혼은 방황하고 다이나믹한 인간 생활이 재밌어 보여서 지구로 왔다고 한다.

맞다. 이래야 바로 재밌는 인생 아니겠는가!

하하하, 거참, 재밌구만!

 

작가의 이전글 '시간을 낭비해보자'고 결심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