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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 Jul 19. 2020

완벽주의 벗어나기

10중에 10이 아니라, 단 1의 성공을 위해.

완벽주의. 얼핏 들으면 자기 계발의 끝판왕이라는 긍정적인 의미가 되기도 한다. BUT, 당사자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지옥보다 끝판왕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완벽주의다.

 그게 나다. 같이 일하던 후배에게 완벽주의자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게 3,4년 전이였나. 그때는 그게 좋은 말인 줄 알고, 속으로 싱글벙글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그만 좀 괴롭히라는 무언의 외침이었던 것 같다.

 완벽주의자라는 개념을 제대로 모를 때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뜻 이면에 '인간은 절대 완벽해질 수 없다.'는 개념을 간과했다. 맞다. 인간은 절대로, 완벽할 수 없다.


1. 애초에 이 우주에 모든 현상은 완벽하면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2. 세계 인구가 100이라면, 100가지의 완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은 완벽하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 우리가 자라는 나무를 보며, 저건 잘 못 자라고 있어. 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나무는 자라는 것 자체가 완벽이기 때문이다. 그냥 자라지만 우주의 섭리에 맞게 가장 잘 자라고 있다.

 살인자라고 하더라도, 인생을 조밀조밀 다 따진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보인다. 어떤 상호작용으로 인해 그 사람은 상처를 받았을 테고, 큰 응어리를 지었을 테고, 도움을 요청해도 버림받아졌다고 생각이 들 때, 반기를 든다. 결론적으로 일어난 '살인'을 타이틀로 그 사람을 정의하는 건 너무도 슬픈 일이다. 과정에서는 그 사람도 누구만큼이나 피해자다. 살인이라는 수단이 그 사람의 과정에 있어선 가장 완벽한 결과였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을 찾아보기 위해, A라는 박사를 찾아가 완벽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다. 완벽이란 꽃과 같다고 한다. 길을 걷다 불쑥 찾아오는 은은한 꽃향기. 완벽이란 그렇게 찾아오는 거라고 한다. 그렇구나, 하고는 다시 B라는 박사님을 찾아가 물었다. 완벽이란 무엇인가요. 완벽은 똥과 같다고 한다. 더럽다고 피하지만 항상 내 몸에 있는 것. 가지고 있지만 항상 피하는 게 완벽이란다. 그렇게 100명의 박사를 찾아가 물었더니, 100개의 정의가 나온다. 그럼 그중에서 무엇이 완벽인지 어떻게 맞출까?

 완벽은 100개의 완벽, 그 자체다.



 완벽주의자인 내가 완벽주의를 벗어나려고 하는 이유는 나 그리고 주변 사람을 위해서다. 나 자신과 주변 환경이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됐다. 그걸 테니스공을 받아치듯 '응~ 니 생각~' 하고 넘어가는 사람들로만 이루어지면 좋으련만, 난 공을 던졌고, 공에 맞는 사람들을 보며, 다시 공을 던졌다.


 다른 시간에는 30센치 앞에 벽을 두고 공을 던졌다. 공은 튕겨서 나에게 왔다. 나는 아픈지도 모르고, 상처투성이인 날 향해 다시 공을 던졌다. 피멍이 터지고, 뇌진탕이 걸릴 때야 알았다. 잘못된 방법이구나.


 난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싶을 때, 유튜브로 나랑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접했다. 아이디어가 많고, 추진력은 빠르나, 하다가 금방 그만두는 사람. 어머! 나랑 똑같은 사람이 있어! 하는 느낌은, MBTI로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을 만 났을 때만큼 짜릿했다. 모든 게 나였다. 그리고 그게 완벽주의자란다.

 지난날에 후배가 말한 '완벽주의자 같아요.' 라는 말이 머리를 스친다.



내가? 내가 완벽주의자라고? 근데 난 완벽하지 않은데?
완벽주의자=완벽한 사람


이라는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졌기에, 그게 나인 줄 몰랐다. 완벽주의자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완벽을 추구하는데 완벽에 도달하지 못해서 고통인 사람.

 하나씩 영상을 찾아볼 때마다, 모든 게 날 향했고, 이건 마치,,, 그동안 불행과 고통이 왜 일어나는지 WHY를 던졌던 데에 답을 찾은 듯했다. 한 달 동안 풀던 수학 문제 하나를 붙잡고, 드디어 풀어낸 기분.(물론 그래 본 적은 없지만, 그냥 그런 느낌.) 회사에서 실수 한번 하면, 심장이 벌컹벌컹 뛰고, 침이 마르고, 그 날은 기분이 ALL DOWN인 이유를. 그동안 번아웃을 여러 번 경험한 이유를. 찾은듯하다.

 하나씩 부족한 날 발견할 때마다, 완벽에서 멀어지는 기분은 눈덩이처럼 커져, 자책과 자기 비하로 돌아왔다.


결심했다. 이제부터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1. 내가 한 실수를 1로 보기.

 그날 한 실수를 1로 보자. 그동안에는 그 1에 사로잡혀, 내 하루는 그 실수 하나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실수를 1로 보자. 그리고 100에서 1을 뺀다. 아무리 못해도 10이겠지. 그래도 난 90점이다! 그때부터 90에 해당한 일을 찾는다. 아침에 제시간에 일어난 것. 아침밥을 먹은 것. 버스를 제대로 탄 것. 지각하지 않은 것. 집에 무사히 도착한 것. 밥을 잘 씹어먹은 것. 오바 조금 보태서, 내 박테리아가 제 기능을 해서 살아있는 것. 등등, 세어본다. 세어보지 못한 이유까지 합쳐서 난 90을 잘했다.

못한 일보다 잘한 일이 9배나 많다. 난 '잘한 날'을 보냈다. 오늘 하루도 잘한 이유를 찾는다.


2. 결정은 빠르게, 신속하게, 대충.

 완벽한 결정을 하겠다고 일주일을 내리 고민하던 날들이 생각난다. 완벽하다고 생각한 결정이 실패를 볼 때 일주일 동안의 시간과 나의 에너지는 물거품이 되었다. 당연한 거다. 내가 생각한 이 선택이 완벽한 이유 10가지 뒤에, 발견하지 못한 100만 가지의 이유가 있었으니깐.

 나를 거스르기로 노력하겠다. 이 습관을 버리기로 노력하겠다. 제대로 찾지도 못하는 확률 싸움은 이제 그만둘 거다. 제발!


3. 나는 완벽하지 않음을 받아들이기.

 부족한 점을 보일 때, 다른 자아가 다시 말한다. "야, 그건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멍청아."

이제부터 외칠 거다. "그래. 맞아. 나 부족해. 하지만 선택할 거야. 내가 부족한 점까지 나의 일부야. 완벽하겠다고 힘들어 죽겠느니, 못하는 편이 낫겠어. 내 편할 거야."

 아무도 없는 것 같을 때, 난 못난 사람이라고 자책했고, 결국 나조차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지윤이는 너무나도 외로웠을 테다.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멈추기로 한다. 아무도 없을 때, 다 떠나갈 때, 내가 지윤이 편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언젠가 다시 이 완벽주의가 날 향해 총을 쏘고, 다시 번아웃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노력하자.

10중에 10이 아니라, 단 1의 성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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