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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 May 26. 2019

오지랖. 부리지 마소.

오지랖 범위에 관해

쿠바- 트리니나드




왜 우리나라는 상대방에게 보내는 표현이 

'오지랖'으로 둔갑하게 될까?



세계여행 전에 몇 번 갔던 일본 여행 이야기다.

언제나 그들은 '스미마셍'을 입에 붙이고 다녔다.

음식 갖다 줄 때도 갖다 주면 갖다 주는 거고, 좀 부딪히는 걸로 뭘 그리 죄송하고, 미안한지.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다.


세계일주 후에는 우리나라만이 그런 표현에 인색하다는 걸 알았다.

일단 적어도 내가 간 나라 사람들은 모두 표현에 능했다.


여행 처음 하는 시기에는 도미토리에 들어가면 'Hi'라는 말이 너무 어색했다.


'나한테 인사하는 건가?

나랑 구면도 아니면서 왜 인사하는 거지?

누군데 나한테 인사하는 거야?

이상해,,,'





 한국에서는 그랬다. 마트에서 계산을 끝마쳐도, 영수증만 들고 가기 바빴고, 누가 문을 잡아주면 그 사이로 급히 빠져나가기 바빴다. 길에서 부딪히게 되면, 부딪혔구나, 기분 나쁜 채로 갈길을 갔다. 버스 타고 기사아저씨가 인사해주면, '뭐지'라며 무안해했다. 


맙고, 미안하고, 인사하고 싶어도 낯선이에게는 그 표현이 너무 망설여진다.  '말해야하나, 굳이 말해야하나' 갈등하면서 말하고 싶었다. 그러는 사이에 타이밍은 지나갔다. 입으로 내뱉는 게 어색하고, 그냥.... 그냥 이상한 거 같았다.




여행길에 만난 친구가 그랬다.

우리나라는 너무 내외를 많이 한다고.

남녀 간의 내외만이 내외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내외가 너무 크다.


'sorry'

'excuse me'

'thank you'

'see ya'

'hola'

'perdon'

'gracias'

'hasta luego'


항상 입에 달고 살았다. 1년의 여행은 내게 표현하는 습관을 남겼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기본은 아닐지는 몰라도, 여행하는 나라에서는 적어도 '기본'이였기에)인 표현조차 하지 않을까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첫 번째로 번뜩인 원인은 인사말 자체가 너무 길어서? 복잡해서? 

보통은 쉽게 두음절, 혹은 세음절에서 끝이 나는데 우리나라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섯 음절에다가 빠르고 쉽게 발음하기도 쉽지 않다. 가까운 아시아권만해도 '쎼쎼''아리가토'라는 말은 외우기도 쉽고, 발음하기도 쉽다. (그래서 그렇게 '니하오'와 '곤니찌와'를 외쳤던거냐;)


표현을 바꿔 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안녕, 고맙, 감사, 죄송'

아니면 '스미마셍'처럼 어디에나 만능인 단어를 하나 만드는거다. 남녀노소 차별없이 쓰일만한 그런 단어.

정말 웃긴 아이디어지만, 그렇게나마 인사문화가 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혹시 다른 아이디어가 있을까요?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댓글로 함께 나눠봐요!)



뿐만아니라, 여행지에서는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내 옆에 있다면, 어디서나, 언제나, 누구나 대화 상대가 되었다.

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는 그게 너무 익숙해 보였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남남인 아줌마들이 갑자기 친구가 되는 상황은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줄 알았고, 그렇게 생각하는 대한민국 청년 중에 하나였기에,  많이 어색했다.


 예전에 워터밤 페스티벌을 다녀온 친구가, 온몸에 색깔 가루를 맞고 지하철을 탔더니, 옆에 아줌마가 '아이고~ 어떻게 씻으려고 그래?'라고 했다고 '아줌마들 오지랖은'라면서 나한테 얘기했다. 좀 뭔가 이상하다 생각됐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었다. 오지랖이라고 생각하는 게 과거의 나에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현지에서 먹힐까'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노상에서 음식을 파는 프로그램인데, 미국편이었던 거 같다. 두 청년이 와서는 '정말 맛있다'라면서 다른 행인에게 소감을 말하고, 혼자 먹고 있는 청년에게 같이 합류하자고 제안도 한다. 우리에게는 어색하지만, 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시되는 문화다. 외국 펍에 가면  맥주 마시는 모두가 친구가 될 수가 있다. 옆에 가서 말 걸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기꺼이 대화에 응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일단 이성끼리 하면 헌팅이오, 동성끼리 하면 '도를 아십니까' 아니면 '게이'다. 


 서양문화가 개인주의라고 하지만, 어쩔 때는 한국이 제일 개인주의 같다. 특히나 서울은 더 그런 거 같아. 



 여행에서 배워온 좋은 부분이라고 자부한다. 여행 중에 염색한 핑크머리로 한국에 들어와, 지나가는 아줌마들이 '머리 예쁘다~' 하는 말에, '감사합니다~'라고 기쁘게 말할 줄 알게 되었고, 버스기사 아저씨한테 인사했을 때, 답 안 해주면 서운한 내가 되었고, 문 잡아주는 분께 감사하다고, 계산을 하고 나올 때 감사하다고 말할 줄 아는 내가 되어서 왔다.


한국사람은 정이 많다고 말하지만, 서구문화에 너무 과하게 물들여져 버려서, 이제는 그 정이 흐려진게 아닐까 싶다. '정'이 '걱정'이 오지랖으로 되는 시대라니. 

상대방의 영역을 과하게 침범한 게 아니라면, 오지랖의 범위는 좁아질 필요성이 있다.


-오지에서 온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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