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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 Dec 27. 2021

무료함이 주는 일상

백수 한달차가 느끼는 감정

백수가 된지 어언 한달이 다 되간다.

직장에서 주는 스트레스로 피폐해진 정신은 조금씩 회복되가고 있는거같은데

무료함으로 인한 또 다른 피폐함이 찾아왔다.


아무래도 혼자만의 시간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해주고, 나를 더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되지만

그게 항상 시간이 많다고 잘 되는것도 아닌거같다.


자기가 어딘가에 쓸모가 있고, 쓰여지고 있다는 느낌은 참 중요한거 같다.

꼭 돈을 번다는 것 뿐만이 아니라, 세상 어딘가에서 날 찾는다는, 내가 사회에 어떤 한 부분이 된다는 느낌 말이다.


친구들은 각자만의 일이 있으니 내가 찾는것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 연락하기가 망설여진다.

제일 가까운 관계라 하면 애인이 있는데, 계속 찾는 것도 회피성 성격인 내딴에는 너무 들러붙지 말아야겠다고 억제한다.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것도 한계에 다다르면 지겨워지니, 남는게 시간이라 어떻게든 몸은 굴려보게 되더라. 알아서 요가매트를 깔고 몸을 움직이고, 이렇게 브런치에 글이라도 한 자 적어보고, 몸이 근질근질하면 카페에 나가 사람구경이라도 한다.


정말 몸과 머리에 떠오르는대로 흘러가고 있다. 스스로 놀라운건, 백수가 되면 불규칙한 생활로 몸도 마음도흐틀어질까봐 걱정했는데, 나이가 좀 들어 몸이 패턴을 찾았는지는 몰라도, 일어나는 시간이 늦잠자봐야 최대 1시간이고, 밥도 제때제때 챙겨먹게 된다. 이런것도 나에대한 발견이라면 발견일까?


잉여의 시간이 언젠가는 끝나겠고, 또 그리워지겠지.

끝내기에는 아쉽고, 끌고가기에는 허무함이 뒤따르는 애증의 백수생활.



산크리스토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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