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어려운 이유

맴도는 마음은 비겁하다

by Carpe diem

맴돌다 / 김지영

맴도는 네 눈길은 깊고 아련하여
돌린 내 발자욱을 멈추었으나
다가온 네 마음 앞에 오래도록 서성였다

맴돌 줄만 아는 비겁한 내 마음
돌보는 방법 모른 채 머뭇거리고
다독이는 네 손길에도 나아갈 줄 몰랐다

맴맴 그렇게 서성이기만 하다
돌아선 지친 네 마음 달랠 길 없어
다시는 너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맴만 도는 인생 될 대로 되라지
돌려줄 마음도 돌이킬 마음도 없으니
다칠 겨를도 없이 마음이 닫혀 버렸다

맴줄에 매달린 조각배 마냥 휘청하다
돌연 끊어진 포승줄이 기회인 줄 모르고
다짐하듯 다잡은 마음 결국 갈피를 잃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조금씩 명확해지는 것들이 있다.


가령, 내 사람을 가리는 방법이라든가 내 업무를 수월하게 처리하는 방법이라든가 혼자만의 일상을 꾸려나가는 방법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그렇다. 경험치가 쌓이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스스로 터득한 것들은 나름의 최선책이 되어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유독 사랑은 경험이 쌓여도 어렵기만 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사랑 앞에 비겁해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건지도 모른다. 졸업 후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청춘’에 ‘사랑하지 않는 건 죄’라고 사랑을 종용하는 내가, 사랑 앞에 습관적으로 주저하길 반복한다는 걸 알았을 때 스스로 청춘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는 꼴이라니 우습기도 혹은 씁쓸하기도 했다. 어쩔 줄 모르던 청춘의 사랑은 아팠지만 아플 기회조차 쉽게 허락할 줄 모르는 나이가 되어 호감을 핑계로 맴돌기만 하다 끝나버리는 관계에 지쳐 마음을 닫기 일쑤였다. 그 기회를 스스로 놓아버린다고 한들 더 나은 사랑이 찾아올 리 없음에도 쉽게 열지 못하고 자꾸만 닫는다.

‘더 나은 사랑’의 정의는 각자 다르겠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사랑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결혼이라는 종착지를 염두에 두기 때문에 결혼하기에 적합한 사람과 나눌 감정을 ‘사랑’이라고 정의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은 원래 그 형체가 단단하지 않다.





손이 닿으면 물컹 원래의 형체를 잃기도 하고, 어루만져 원래의 형체를 되찾기도 한다. 단단하고 푸석해지면 불편해지고 외로워지는 게 사랑이기에 견고한 사랑을 찾기보다 동(動)하는 마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다가온 사랑에 솔직하지 않았다면 목적지 없이 헤매는 마음은 또 어디에서 맴돌기를 반복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랑도 내 삶의 방향도 스스로 결정하고 확신할 수 있길 바라며 내 주변을 맴도는 살뜰한 마음 따라 서성이는 시간들 또한 오래도록 견고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