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대처 레시피
문득
함부로 흐드러진 머리칼 쓸어 모으다
가발 하나는 거뜬하겠다 새어 나온 혼잣말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봐줄 만한 머릿결
불행 중 다행이지 안도하며 일상을 시작했다
그런데 문득
옷가지가 주인인 임자 없는 빈 방
멋대로 나뒹구는 먼지만 쓸쓸해 청소를 하다
봄바람에 흐드러진 민들레 꽃씨마냥
폴폴 떠나버린 네가 떠올라 요동을 쳤다
그러다 문득
빈 방의 주인이던 네가
유난스레 추위를 경멸하던 이유를 떠올리다
오뉴월에도 냉랭한 임자 없는 빈 방
네 온기로 그득해 사철 봄이었음을 실감했다
그러나 그렇게 문득
어쩌다 네가 떠올랐던 것뿐이며
평소처럼 무심코 쓸어버릴 머리칼과 먼지에
불현듯 시려오는 마음이 안쓰러웠을 뿐
그렇게 잠시 잠깐 얼핏 네 생각을 했다
문득(부사)
1. 생각이나 느낌 따위가 갑자기 떠오르는 모양
2. 어떤 행위가 갑자기 이루어지는 모양
스스로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참 좋은 단어가 아닐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고 나에게든 상대에게든 부담일 리 없는 참 좋은 수식어 ‘문득’은 이별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들의 마음 대변인과도 같다.
공간과 물건과 계절에는 추억이 서려있다.
그래서 물리적 환경을 아무리 말끔히 청소해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시간들만 고스란히 남아 불쑥 일상을 헤집는 날이 있다. 다 잊었다 확고했던 스스로에게 적잖이 실망스러운 그런 날에도 ‘그냥 문득’이라는 말에 기대어 그 순간을 무마하며 멋쩍어하면 그만이다.
사랑은 머리가 아닌 마음이 하는 일이라 마음 먹은 대로 제어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 스스로를 탓하거나 애쓰지 말고 떠오르면 떠오르는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둬도 좋다. 시간이 지나면 그 또한 무뎌지기 마련이니까. 뭐든지 때가 있고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자신의 마음을 믿고 다독여주어야 탈이 나지 않는다. ‘문득’ 그랬던 것뿐이라 호기부려도 괜찮으니 애쓰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