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그리고 우리
너른 네 마음이라 내 몸 누이고도 한참이었다
와락 안긴 네 품은 내 마음 던지고도 넉넉했다
나긋한 네 목소리 이른 봄 햇살마냥 따스했다
면면히 이어진 네 시선의 종착지는 늘 나였다
충분할 줄 알았던 내 삶은
분잡스레 이리저리 흔들렸으나
하릴없이 흐르는 게 시간이라
다독이는 네 타이름이 결국 옳았다
우연은 운명의 아류작이듯
리듬 깨진 생 또한 아름다운 법
여운 없는 삶의 쉼표처럼
서서히 번진 넌 결국 정답이었다
다그치기만 했던 가여운 삶에
행선지 없는 여행은 시작되었다
이정표는 너와 나면 충분하다
다복다복 채워질 마음이면 족하다
관계에 호되게 치이고 난 후, 오롯이 혼자인 게 좋았다.
내 시간과 공간을 나로 가득 채우고 신경 쓸 거리 없이 자유로워 홀가분했다. 그래서 누구든 내 인생에 들이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거라 자신했다. 그렇게 사람으로 혹은 사랑으로 삶을 채우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순간은 늘 존재한다.
편안해진 일상을 마음껏 누리며 이제는 누구를 만나도 필요 이상의 불편함이나 기대감을 가질 리 없다고 스스로 자만하던 그 어느 날, 너는 내게 왔다.
편안한 동생처럼 다가오는 네가 싫지 않았고, 묘하게 통하는 너와의 메시지를 기다리는 날도 있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그러나 네게 내 마음을 기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방심한 내 탓으로 넌 점점 더 나와의 보폭을 좁혀 나갔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너와 우산 하나를 나눈 채 말없이 걸으며 나의 오른팔과 너의 왼팔이 닿는 순간이 반복되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 네 오른 어깨가 비로 흠뻑 젖었다는 걸 알아챘을 때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기분에 밤잠을 설쳤다.
그렇게 너와 난 ‘우리’가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상의 불편함을 감내하는 것이 아닌, 함께 있어 더 편안한 우리가 되었다. 그렇게 너는 내게로 와 새로운 일상이 되고 놓아서는 안 될 사람이 되었다.
너와 내가 우리라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