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두산 베어스

내 마음이 들리셔쓰?

by SooAh

새벽 2시.

이틀 전부터 sns 피드를 가득 채운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때문에 나는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보기 서비스를 통해 반가운 얼굴들을 본다.

은퇴해서 못 보던 선수, 다른 팀으로 이적해서 안 본 선수, 그리고 여전히 우리 선수들을 보니까 좋은데 눈물이 난다. 이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나는 내 마음이 여전히 너무 어렵다.




두산 베어스 (이하 두산) 는 나에게 남다른 존재다. 나는 그 전부터 야구를 좋아했는데 야구를 알게 만들어 준 선수가 김병현, 이승엽 이었기 때문에 메이져리그와 일본 야구를 봤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딱히 응원하는 구단이 없었다. 그냥 그때 그때 보고 싶은 경기를 봤다. 어느 날은 삼성 어느 날은 한화 어느 날은 두산의 경기를 봤는데 운명이었을까 어쩌다 한 번 다른 팀이고 대부분 두산의 경기를 봤다. 그리고 야구장엘 처음 가서 본 경기 역시 두산 경기였다. 가끔 ‘내가 왜 잠실에 가서 이 고생을 하나’ 했지만 아무튼 나는 그렇게 두산팬이됐다.

두산은 마치 나 같았다. 열심히 하면서도 좀처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나는 정말 최고인데, 나는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하고 섭외도 잘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에서는 나를 원하지 않았다. 두산도 그랬다. 두산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잘하는데도 매번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해야 했다. 그래서 두산을 더 응원했다. 나를 응원하듯이 열렬히. 사람들이 그랬다. 미쳤다고. 그깟 야구가 뭐라고 야구에 울고불고하냐고. 니 인생이나 신경 쓰라고. 사람들은 나에게 왜 그렇게 야구를 좋아하는지 묻지 않았다. 왜 두산이냐고 묻지 않았다. 그러니 나를 이해할 수 없었겠지.


2015년은 나에게 참 의미 있는 해였다. 사실 그 전 2년을 나는 정말 억지로 버텼다. 말 그대로 죽지 못해 살았다. 여러 번 죽으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억지로 살았다. 그러다 다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 해였다. 다시 밝은 빛을 찾아 나왔고 나는 내 일을 시작했다. 나는 인정받았고 작가로서 커리어도 쌓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아닌 거 같았다. 겨우겨우 시즌을 버티는 느낌이었다. 내가 이렇게 다시 힘을 얻은 만큼 두산도 그래주기를 바랐다. 웃기게도 나에게 두산은 그런 존재였다. 나와 함께 걸어가는 존재. 그랬기 때문에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 그리고 기적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서 승승장구 하는 걸 보며 정말 기뻤다. 그런데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니. 우리가 우승이라니!!!!!!

“우리가 우승이라니!!!!!”

아직도 기억한다. 9회 초 1 아웃 1루에서 니퍼트가 내려오며 이현승과 허그하던 그 순간. 그리고 마지막 아웃을 잡던 그 순간을.

(그 이후는 사실 기억 안남. 내가 더 울어서)



새벽에 본 프로그램에서 그 때의 주역들이 만나 인사를 하는데 눈물이 났다. 왜 눈물이 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벅차오르는 그런 느낌이었다. 셋은 반갑게 웃으면서 얘기를 하는데 혼자 아주 주책을 떨었다. 양의지랑 영상통화하는 장면에서는 계속 울었다.

“미쳤나 봐.”

하면서도 계속.

프로그램이 끝나고 유튜브로 2015년 우승의 순간을 다시

봤다. 그 날 나는 떡집에 가서 우승 떡을 맞췄다. 주변 사람들과 나눠먹으려고 두 말이나 주문했다. 무슨 행사가 있느냐고 묻는 떡집 사장님한테 우리가 우승했다고 울먹이며 자랑했다. 사장님은 영문을 모르는 눈치였지만 일단 축하한다며 인사를 건내주셨다.

그렇게 맞춘 떡은 친구들 그리고 같이 일 하던 사람들과 나눠먹었다. 간혹

“두산이 우승했는데 왜 니가 떡을해?”

하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함께 축하하고 싶었을 뿐. 두산의 우승은 두산만의 우승이 아니니까. 함께 버틴 우리 모두의 우승이었으니까. 더구나 나에게는 그 의미가 더 컸다. 이제 나에게도 행복이 찾아올 것만 같았다.




그 날 이후로도 우린 우승을 두 번 더 했다. 우승의 순간은 매 번 기쁘지만 그 어떤 우승도 2015년만 못하다. 그래서 나는 니퍼트를 보면, 장원준을 보면, 이현승을 보면, 양의지 김현수를 보면 눈물이 난다. 그 날이 떠올라서. 그렇게 기다리던 우승을 해준 게 고마워서. 그리고 이제는 우리를 만날 수 없어서.

그리고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날 수가 없어서.




사실 나는 방송작가에 아직도 미련이 많다. 내가 작가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선배들이 다들 그랬다. 다큐멘터리 입봉 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이제 부터는 작가로서 안정적으로 글 쓰고 돈 벌일 만 남았는데 왜 그만두냐고. 그런데도 그때는 더 일을 하기가 싫었다.

그렇게 방송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교양 작가의 끝은 다큐라며 나는 꼭 다큐를 만들겠다고 해놓고 왜 되자마자 그만뒀을까. 그렇게 힘들게 이루어 낸 것들을 왜 한꺼번에 놓아버렸을까. 이렇게 미련이 남으면 다시 하면 되는데 왜 나는 가지도 못 하고 놓지도 못 하고 이렇게 아쉬워만 하는 걸까.

우승을 하던 날.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다며 함께 울고 불고 좋아했던게 무색하게 나는 더 이상 그 날의 내가 아니다. 더 이상 그 곳에 없었다.


오늘은 일이 많았다. 몸도 안 좋은데 2시부터 시작된 수업이 9시 30분에 끝났고 한 학부모가 상담을 원해서 전화로 상담까지 했더니 10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우리가 우승하던 그 당시의 나는, 방송하는 민 작가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데 이놈의 선생일은 계속 실수를 하고 그 때문에 자꾸만 학부모들에게 사과를 한다. 최근에 지역을 옮길 생각을 하면서 더욱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과연 이 일과 맞나?’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 걸까?’

이런 고민을 하는 중에 나는 2015년을 추억하고 있다.

그때의 예뻤던 나를.

멋있었던 민 작가를.

가지도 못 하면서 왜 맨날 추억만 해?

그래도 좋다. 오랜만에 그 날을 추억할 수 있어서.

아무래도 고민의 폭이 더 넓어질 것 같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