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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Apr 26. 2021

미워도 사랑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선생님은 없어요.

 초등학교 3학년 수업을 하는데 여자아이가 대뜸

"선생님도 제가 싫어요?" 하고 묻는다.

 "왜 그런 생각을 해? 선생님이 너를 싫어하는 것 같아?"

 "아니요. 그런데 수학선생님은 제가 싫대요."

 나는 뭔가 아이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수학 선생님이 싫다고 너한테 말을 하셨어?" 하고 물었다.

 아이의 말에 의하면 선생님이 딱 싫다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아이와 자기를 대하는 게 너무 다르고 자기가 말만 하려고 하면 자기 말을 끊는댔다. 다른 친구들한테는 다 웃어주지만 자기에게는 웃어주지 않는다고. 그리고 맨날 조용히 하라고 윽박지른다고 했다. 

 그러더니 그 학원 선생님뿐 만이 아니라 학교 선생님도 그러신다며 그런 거 보면 선생님들은 다 자기를 싫어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혼자 했다고 털어놓았다.

 일단 나는 아이에게 선생님은 너를 미워하지 않고, 다른 선생님들 역시 네가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닐 거라고 말했다. 

 "네가 미워서가 아니라 네가 떠들 때만 선생님이 보셔서 주의를 주려고 그러실 거야."

  하지만 나는 그 선생님이 왜 그러시는지, 왜 모든 선생님들이 그 아이를 예뻐하지 않으시는지 알 것 같다.

 아이는 굉장히 말도 많고 밝은데 문제는 다른 친구들을 괴롭게 하고 선생님 말을 듣지 않는다. 자기가 말하고 싶으면 그게 어떤 시간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꺼낸다. 그리고 가끔은 그 말에 친구들이 상처를 받지만 그런 것도 그 아이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선생님의 주의도, 친구들의 짜증도 이 아이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기 이야기를 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참지 못 하고 이제 그만하라고 이야기하면 그때부터는 이 아이의 짜증이 시작된다. 말도 듣지 않고 친구들에게도 짜증을 부려서 모두를 불편하게 만든다. 거기서 그치면 다행인데 그런 짜증 섞인 태도에 선생님이 주의를 주면 그때부터는 눈물바람이 시작된다. 그래서 결국 수업 분위기가 망가지게 되고 수업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이게 한 두 번이면 '그럴 수 있지'로 넘어갈 수 있지만 반복되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저러시는 것일 거다.


 나도 이 아이를 미워했던 적이 있다. 저 선생님들과 같은 이유로. 나는 결국 같은 반 엄마들이 '저 아이랑 같이 수업을 못하겠다'까지 나와서 엄청 곤란했었고 결국 분리시키면서 일단락됐다. 나도 아는 문제였기 때문에 무작정 엄마들에게 이해해달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가 상처 받을게 걱정됐지만 그 아이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피해 보는 걸 그냥 참으라고만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나는 어떻게든 이 아이와 아이 엄마가 상처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해 좋은 말로 아이를 그룹에서 제외시켰다. 그런데 아이를 상처 받지 않게 하려다 보니까 내가 너무 힘들었다. 아이에게 상처 줄까 걱정하는 마음도 힘들었지만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진통이 있었다. 상처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꾸며낸 말들은 설득력이 없었고 거짓말을 들킨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결국 아이 엄마에게 솔직하게 아이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그룹에서 제외를 시키겠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이럴 걸. 물론 아이를 제외시키면서 아이에게 참 미안하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같은 그룹 속에 혼자만 덩그러니 있는 기분을 느끼거나 다른 친구들 엄마들의 입에 오르내릴 일 없으니 나는 더 잘 됐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물론 나도 참 힘들게 하지만 다른 사람이 흉보니까 기분은 안 좋더라.




며칠 전에 한 아이 엄마가 바쁘다고 아이 좀 집에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아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있었다. 그런데 앞에서 택시가 갑자기 서는 바람에 나도 급하게 설 수밖에 없었고 그 때문에 아이가 들썩 거리면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전까지는 별로 화가 나지 않았는데 아이가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게 감히 내 새끼를!'

 내 아이를 다치게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정말 눈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아이가 목이 좀 아픈 것 같다고 해서 아이 엄마에게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근처 종합 병월에 가서 검사를 하고 진찰을 받았다. 다핼히 아이는 근육이 조금 놀라서 뭉친 것뿐 큰 이상은 없었고 의사 선생님도 굳이 다른 치료를 받을 만큼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며 안심시켜주었다. 혹시 아프면 타이레놀을 먹으라는데 내 걱정에 그 아이 집에 그 약이 없을까 봐 부러 약까지 처방받아서 챙겨주고 집에 데려다주었다. 아이가 집에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차에 타는 순간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안도의 눈물이었을까? 무슨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엄마가 보고 싶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는데 엄마가 대뜸 

 "너는 괜찮니? 안 다쳤어? 안 놀랬어?" 

 하고 내 안부를 묻는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엉엉하고 울어버렸다. 안 울려고 했는데 그냥 엄마한테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뿐인데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를 붙들고 너무 무서웠다고, 애한테 무슨 일 생겼을까 봐 어디 크게 다쳤을까 봐 너무 걱정됐다고 하소연을 했다.

 엄마는 괜찮다고 했는데 뭘 걱정하냐고 근데 너는 괜찮은 거냐고 너는 아픈데 없냐고 계속 물었다. 우리 엄마에게는 그 아이의 안부보다 내가 더 걱정이었던 거다. 그 아이의 엄마처럼.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 동안에는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힘은 없다.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은 하지만 무슨 일이든 엄마와 상의해야 하고 작은 사고만 생겨도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에는 불안해서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아이가 걱정되서도 그렇지만 아이의 엄마가 화내면 어떡하지? 이걸 다 내 탓으로 돌리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이 함께한다. 

 물론 거의 대부분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부주의해서 그런 거예요.’ 라거나

‘선생님 많이 놀라셨겠어요.’ 라며 별 일 아니라고 나를 위로해주고는 한다.

 하지만 간혹 걱정이 조금 많으신 분들은 나에게 상처를 준다. 일부러 상처 주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만 아이에 대한 큰 걱정이 나에게 상처로 돌아온다. 

 이번에도 그랬다. 아이가 걱정이 되셔서 하신 말씀이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 엄마도 그러는 것처럼 내 아이의 안전이 걱정이 돼서 그런 줄은 알지만 별 거 아닌 말에 나는 상처를 받고 말았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그 말이 맴돌아서, 아니 그 다음날 까지 그게 속상해서 잠을 자지 못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건 아이들은 참 미울 때도 많지만 그래도 내 새끼라서 예쁠 때가 더 많다는 것이다. 나를 화나게도 하고 속상하게도 하고 가끔은 엄마들 때문에 상처 받아서 몇 날 며칠 울게도 하지만 그래도 참 신기한 게 아이의 얼굴을 보면 그런 마음들이 싹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물론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아이를 때리거나 학대하는 선생님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정말 그건 소수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아무리 화가 나도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아이를 학대하지 못한다. 미워도 내 새끼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래도. 상처 받을 때마다 나는 언제나 아프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내 아이라고 생각하듯 아이들도 그래 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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