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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May 10. 2021

302호 때문에 못살겠어요.

이 집이 방음이 안돼요.

새벽 세시 십육 분.

나는 오늘도 옆집에 사는 젊은 커플의 소음으로 잠을 자지 못 한다. 불과 며칠 전, 너무 시끄러워 제발 좀 조용히 해달라고 하고 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저런다.

지금이 몇 시 인지를 모르는 걸까?


저 아이가 오기 전에도 내 옆 집에는 젊은 커플이 살았다. 그 커플은 비교적 조용했지만 한 번씩 싸움을 하면 집안에 있는 것 들을 다 부시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두 번은 여자 비명소리가 들려서 자다 깨 경찰에 신고를 하기도 했다. 여자가 맞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침 그때 친구가 와 있었는데 우리는 자다 깨서 서로 놀라 쳐다보다 또 들리는 비명소리에 둘이 무서워 한 참을 쳐다보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신고를 했고 시끄럽던 그 집은 다시 조용해졌다. 경찰의 말로는 늦은 귀가 문제로 싸웠다는데 친구와 나는

“근데 경찰은 그냥 그러고 간 거야?”

“여자는 괜찮은 건가?”

걱정을 하며 다시 잠을 청해야 했다.

그 일이 있고 한 3개월 지났을 때, 또 일이 터졌다. 비명소리와 함께 여자 울음소리도 들렸다. 그때도 나는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이번에는 남자는 이미 집을 나간 후였고 여자 혼자 있더란다. 그런데 여자가 싸운 적 없고 자기는 어떤 피해도 입지 않았다고 얘기해서 들어가지도 못 하고 나왔다며 경찰은 나에게 자초지종을 전했다.

그 후 그 커플은 이사를 갔다. 이사 가면서 집에서 나온 폐기물들 대부분은 부서져 있었다. 격렬한 싸움의 결과인 걸까?

아무튼 난 그 커플과 함께 사는 동안 내내 불안했다. 언제 또 저렇게 싸울지 모르니까. 그래서 이사 간 날 정말 행복했다. 한 친구는 그 여자에게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다’라는 쪽지를 전해주라고까지 했지만 그런다고 헤어질 거였으면 초반에 그 난리 칠 때 헤어졌겠지.


그런데 이번 커플은 사이도 좋고 개념도 없다. 그 커플에 비해 나이가 어려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공동생활의 개념을 모르는지 매번 일요일, 또는 공휴일 밤늦게부터 아침까지 시끄럽게 떠들기 일수다. 둘만 떠들면 그나마 양호하다. 가끔은 친구들을 떼로 데려와서 새벽 늦게까지 웃고 떠든다. 몇 번 쫓아가기도 하고 얘기도 했지만 솔직히 새벽 늦은 시간에 자려고 누웠다가 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매번 쫓아가면 좀 유난 떠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참았더니 오늘 또 저런다.

커플의 만행은 이것 만이 아니다. 쓰레기는 건물 입구에 분리도 안한채 함부로 버리고, 건물 창틀엔 우산 전시를 해두듯 주르륵 걸어놓고, 가끔 새벽에 가구를 옮기는지 쿵쿵 소리도 난다. 건물 주인에게 얘기도 해봤고 직접 찾아가서 얘기도 해봤다. 말 한 며칠은 듣는 척하다가 또 똑같아진다. 그 덕에 건물 입구는 쓰레기산이 되어가고 있고 복도 창문은 열지도 못 한다. 왜 주인은 그냥 두는 건지. 옆집 여성의 엄마가 매일 청소해주러 온다는데 왜 엄마는 또 그냥 두는 건지 나 혼자 매일 내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한다. 그러다가 도저히 못 참을 지경에 도달하면

“그래 욕 할 테면 하라지” 하고 달려가는 것이다.




 나는 혼자 참 오래 살았고 젊은 이들의 핫 플레이스였던 신림에서도 오래 살았다. 그런 곳에서도 한 번 다른 집을

쫓아 간 적이 없다. 내 양옆 위아래층에 다 젊은 사람들이 살았지만 난 내가 시끄러울까 걱정만 했지 이렇게 스트레스받아본 적이 없다. 여기는 다 주택 가고 저 집 말고는 다들 나이가 있어서 이 전에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이런 문제가 계속되니까 왜 층간소음 문제로 다툼이 생기는지 이해가 간다.

매주 일요일마다 자다 깬다면, 그래서 다음 날 완전 컨디션이 엉망이 돼서 하루를 망치는 것이 지속된다면 이거 진짜 화내도 되는 일 아닌가?

결국 난 오늘도 완전 컨디션이 엉망인 채로 하루를 보냈고 머리도 아프고 내내 예민한 상태다.


사실 난 누구의 라이프 스타일에 이러쿵저러쿵하기 싫다. 각자 취향에 맞는 스타일이 있고 그건 자기 삶이니까. 그런데 그 취향이 나에게 피해를 주는 순간 난 못돼 처먹은 꼰대가 된다.


‘엄마가 매일 와서 청소랑 빨래를 해 주는 집에서 저런다고?’


이 집의 가장 큰 단점이 방음이 잘 되지 않는다는 걸 내가 저 아이들이 오면서 알았다. 그전에 그 커플은 싸우는 거 아니면 거슬릴 게 없었으니까.

“302호 커플 때문에 정말 새벽마다 잠을 못 자겠어요.”




*사진이 불편하다는 분이 계셔서 사진은 교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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