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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Jul 12. 2021

글 안 쓰는 민 작가

그래도 나는 작가지

무려 60일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고 알림이 왔다. 거의 두 달을 나는 글도 쓰지 않고 다른 사람의 글도 읽지 않았다. 물론 책도 읽지 않았다. 글이라고 된 건 아이들을 가르칠 때 빼고는 읽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글을 읽기가 싫었고 무언갈 써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글을 쓰고 싶은 동기가 없어서일 수도 있겠다.

 나는 글은 씀과 동시에 누군가에게 읽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나 한 명일 지라도. 그런데 그게 싫었다.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다른 사람들은 아직도 글을 쓰는 중인가?’ 하고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참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쓰지도 않고 읽지도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한 때는 모든 스트레스를 글로 풀었던 적도 있었다. 화나는 마음도, 슬픈 마음도, 기쁜 마음도 모두 글로 풀었다. 그때는 내 글을 쓰고 싶었다. 유일하게 내 감정을 모두 쏟아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다. 그러다 사람들이 내 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그 짓도 그만두었다. 이미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듣고 읽히고 있었기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게 싫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오디오북에 도전했다가 실패했기 때문인 것 같다. 큰 욕심은 없었지만 막상 별 소득이 없으니까 실망했던 거다. 굉장히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았고 그 결과가 좋지 못해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사람들은 나를 보면 다들 그렇게 글을 써보라고 권유했다. 그런데 나는 그러기 싫었다. 내내 평가받는 글을 써왔고 그 때문에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 일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결과가 좋지 못했을 때 기분이 나쁘고 속상했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아 나도 글 잘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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