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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Jul 24. 2021

화끈한 우리 집

혹시 내가 밖에서 생활하는 중인가요?

며칠 여행을 하고 돌아온 집은 화끈하게 나를 반겼다.

여행을 떠나는 날부터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됐고 매일 한 낮 최고 온도가 33도를 웃돌았다. 나름 대비를 한다고 창문 조금 열어두고 암막커튼을 쳐놓았는데 바로 위가 옥상이라 천장의 열기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서둘러 집에 모든 창문을 열고 에어컨을 틀었다. 그런데 집의 온도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고 집에 있지만 ‘혹시 내가 밖에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그런데도 거실은 여전히 더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에어컨이 방에만 있다. 게다가 거실을 등지고 에어컨이 있어서 서큘레이터로만 냉기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풀로 서큘레이터를 돌려도 거실은 더웠고 온도가 내려오지 않았다. 기다리면 내려가겠지, 곧 시원해지겠지 했는데 내 바람을 배신하기라도 하듯 온도는 계속 2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녁을 먹다가 너무 더워서 밥을 먹는 중간에 우리 집 전자 전기 전문가인 오빠한테 연락을 했다. 정말 너무 덥다고, 더워서 밥도 못 먹겠다고. 나는 심각한데 오빠는 풉 웃으며

에어컨을 사”라고 한다.

아오 이 xx가’라고 생각만 한다는 걸 입 밖으로 내뱉고 온갖 욕설로 나의 짜증을 보여줬다. 그제야 오빠는 이게 실제 상황이구나 싶었는지 친구들의 후기까지 알려주며 창문형 에어컨을 추천했다. 나중에 이사 갈 때도 편하고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좋다면서.


며칠을 더위와 씨름하던 나는 전문가의 추천에 바로 검색을 시작했고 내가 vip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냉큼 담았다. 바로 결제를 할까도 했지만 도착일이 8월 12일로 너무 늦었다. 그리고 3일 후면 카드 할인 5%까지 시작하는 터라 당장 결제를 하기가 너무 아까웠다. 이런 얘기들을 하니까  전문가는 그럼 그동안을 참아야 하지 않느냐며 가까운 전자제품 전문점을 찾아갈 것을 권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다. 거긴 내일 가기로 하고 전문가는 나에게 지금 당장이라도 조금 덜 더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일단 선풍기나 서큘레이터 사는 걸 반대한 건 이 두 가지는 바람을 보내는 것이지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들이 아니란다. 온도를 낮추려면 에어컨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에어컨을 추천한 거라고.ㅎㅎ

지금은 일단 방에 있는 냉기를 밖으로 내보내 줘야 하는데 선풍기는 공기를 넓게 보내지만 멀리 보낼 수 없으니 최대한 가까운 곳에 놓으라고 했다. 그리고 서큘레이터는 넓은 곳이 아니라 멀리 보내는 역할을 하니까 더운 공기가 모여있는 천장으로만 향하게 해 놓으라고.



말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실행에 옮겼고 불과 한 시간 만에 거실의 온도는 2도나 내려갔다. 뭐지? 그동안 내가 잘못했던 건가 싶어서 조금 허무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굳이 에어컨을 또 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그 돈으로 사고 싶었던 리파 캐럿을 사면 좋을 것 같은데…ㅋㅋㅋ


*전문가와 오빠는 동일인입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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