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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Jul 25. 2021

이런 개자식

오늘도 잘 자고 싶다.

유튜브를 보다가 마음을 움직이는 목소리를 들었다.

사람은 원래 자기랑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거 아니었나? 그래서 난 나랑 좀 비슷한 낮은 목소리에 살짝 허스키한 목소리에 끌렸는데 유튜브의 그 목소리는 소위 말하는 동굴 목소리였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나는 그 목소리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잠에 들었고 아침까지 깨지 않았다. 내 귀에 조근조근 좋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주는 게 이렇게 좋을 줄이야.




한 때 엄마의 인사는 “잘 잤니?”였다. 그랬기 때문에 여행 내내 내가 잠은 잘 잤는지 잠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을지 걱정을 했다. 엄마의 걱정을 비웃듯 나는 겨우 잠들어서 한 시간 만에 깨 핸드폰을 붙들고 놀았다. 출발하는 날에도 엄마 아빠가 일찍 온다고 하는 말에 얼마 못 자고 갔는데 자리도 바뀌고 바닥도 딱딱해서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일방적으로 맞추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나는 잠도 불편하게 자고 먹는 것도 어디 가서 구경하는 것도 내가 하고 싶은 건 하지 못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자리가 바뀐 건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였고 행여 내가 깰까 봐 화장실도 눈치 보며 왔다 갔다 했단다. 어디 가고 싶은 데가 있어도 잠도 제대로 못 잔 내가 힘들까 봐 말을 못 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짜증을 낸 것이다. 바보같이.

여행에서 돌아와 참 많이 울었다. 너무 늙고 약해져 버린 엄마 아빠 때문에 속이 상했다. 내 눈치 보느라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것도 맘대로 말 하지 못 했다는 게 화가 났다. 그리고 엄마 아빠 맘도 모르고 화를 낸 내가 너무 싫었다.

그런데 난 오늘 또 아빠한테 화냈다. 여행에서 돌아온 내내 나는 너무 피곤하다. 이제 휴가도 얼마 안 남았고 그 시간을 나는 알차게 쉬고 싶은데 내 휴식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짜증을 내고 말았다. 나는 정말 나쁜 자식이다.

개자식.

응?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잘 자고 싶어서 나는 어제 그 유튜브를 다시 찾는다.  내일 엄마의 안부 전화에 잘 잤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걸로는 엄마 아빠를 도저히 편하게 해 줄 수 없으니 일단 잘 자고 있다는 얘기로나마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해본다. 일단 우리 엄마 아빠 마음부터 좀 편하게 만들어줘야겠지만.


그런데 참 신기하지?

어떻게 목소리로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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