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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Aug 01. 2021

이제 그만 어렵고 싶다.

이름 바꾸고 승승장구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내 이름이 너무 싫었다. 이름이 너무 흔했다. 여기에 가도 있고 저기에 가도 있고 전국 방방곡곡 나와 같은 이름을 찾으면 아마 같은 나이의 지영이들이 수두룩하게 나올 것이다. 그래서 싫었다.

 나는 좀 특별하고 싶었다. 나라는 사람은 유일한 존재인데 왜 나의 이름은 유일하지 않은 것인지 불만이었다. 그래서 나는 누가 내 이름을 물으면 꼭 성까지 붙여서 말했다. 사실 나는 내 성도 싫어했었다. 웃기게도 성은 또 너무 흔하지 않아서 싫었다. 성만으로도 내가 누구 동생인지

아는 것도 싫었다.

 나는 오빠랑 초등학교 중학교를 같이 다녔다. 그런데 입학하자마자 우리가 남매라는 소문이 금방 퍼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교생 중에 유일한 성이었다. 거기다 우리는 인정할 수 없지만 생긴 것도 닮았단다. 아 정말. 우리 오빠는 쌍꺼풀 있는 느끼한 스타일에 난쟁이인데.ㅎㅎ




 이름이 아무리 싫어도 바꿀 생각은 못 했다. 옛날엔(?) 이름 바꾸는 게 지금보다 번거로웠고 이름만 바꾼다고 하면 엄마가 되게 서운해했다. 얼마 전에 알았는데 엄마는 아이를 낳으면 꼭 엄마 이름 한 글자를 넣어서 이름을 짓고 싶었단다. 성은 아빠를 따르니 이름 한 글자는 엄마 이름을 넣어서 둘의 아이라는 걸 표시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실 그 이야기를 듣고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워서 이름 바꾸는 걸 포기하기도 했었다.



 내가 이름을 바꾸기로 마음을 먹은 건 오빠의 아파트 청약이 한몫했다. 오빠는 몇 년 전에 이름을 바꿨다. 어딜 가든 오빠 이름이 안 좋다는 말을 너무 들어서 고심 끝에

바꾸기로 결정을 했다. 장손이라서 오빠 이름을 나름 신경 써서 지은 할아버지는 조금 서운해하셨지만 사랑하는

손자가 더 잘 될 거라는 말에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근데

정말 신기하게도 오빠는 이름을 바꾼 후부터 잘 되기 시작했다. 이름을 바꾸자마자 과장으로 승진한 걸로도 모자라 중역회의에 참여하는 영광 아닌 영광까지 누리게 됐다. 큰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팀장 역할을 했고 좋은 집으로 독립도 했다.

 독립한 이후에도 오빠는 승승장구였다. 해마다 연봉이

올랐고 나날이 인정받았다. 오빠는 티브이에 나오는 화려한 솔로들처럼 자기의 삶을 누렸다. 그러더니 아파트까지 산 것이다. 몇 번 신축이 아닌 아파트를 사려고 시도했는데 자기가 찜만 하면 나간다고 볼맨 소릴 했었다. 그런데 그게 새 아파트를 살 운명이어서 그런 건가? 생각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나도 8명이나 그만두었다. 잠깐 쉬고 온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몰라도 지금 이런 상황이면 적어도 두 달은 걸리겠지. 하지만 나처럼 영세한 사업자들은 그 두 달이 나의 생사를 흔들고도 남는 시간이다. 이제 조금 잘 되려나 보다 하면 자꾸만 이런 일들이 생기니까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바꾸기로 했다. 나도 오빠처럼 잘 되고 싶으니까.

 나도 학생이 넘쳐흘러서 행복한 비명을 질러보고 싶다.

 나도 아파트를 사게 됐다며 여기저기 자랑해보고 싶다.


*사실 엄마가 서운해해서 안 바꿀까? 했는데 사기꾼 이름이랑 같은 것도 싫다. 기분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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