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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Aug 06. 2021

엄마 마음

내 두산 베어스 새끼. 어?ㅋㅋ

새벽 3시 6분.

요즘 들어 통 못 잔다. 그래도 전이랑 달라진 건 잠들면 몇 시간 동안 잘 잔다. 그건 얼마 전부터 듣고 있는 시 읽어주는 유튜브 때문이다.

내가 못 자는 건 아마 야구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더더욱.


화가 나서 혼자 중계를 보며 나쁜 말을 해댔다. 내 눈에는 다들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없어 보였다. 간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김현수만 이기고 싶어 보였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왜 저렇게 의지가 없는지 답답했다.

경기가 끝나고 캐스터랑 해설위원이 마무리 멘트를 하는데 박건우가 클로즈업됐고 눈이 빨갰다. 운 것이다. 그게 왜 그렇게 속상하든지. 야구에 진 것보다 그게 더 마음이

아팠다. (진 건 마음 안 아픔. 화남.)


 두산은 나에게 그런 존재다. 그게 누구든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으면 그때부터는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된다. 그건 아마 나뿐만이 아닐 거다. 무수히 많은 야구팬들이, 또 다른 스포츠 팬들이 느끼는 그런 마음일 거라 생각한다. 이건 우리만 안다.

 

 내가 우리 새끼, 내 새끼라고 부르는 선수들이 다치거나 울거나 속상해하는 걸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내가 지금 못 자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 모습이 잊히지가 않아서 나는 그 이후부터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을 넋 놓고 받아들이다가 글 하나를 읽고 조금 울었다. 엄마한테 미안해서.

 우리 엄마의 걱정이 내가 못 자는 건데 이 시간까지 이러고 있는 걸 알면 참 속상하겠구나. 내 일로 못 자는 것으로도 너무 속상할 텐데 야구 때문인 걸 알면 속상하면서 화도 나겠구나 싶다.

 

 엄마 근데 평생 가도 모를 엄마 마음을 그나마 야구 때문에 조금 아는 거야.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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