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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Aug 16. 2021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주기

능력 지상주의자

이름을 바꾸고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 호적을 바꾸지는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만 알렸는데 정말 고맙게도 다들 바꾼 이름으로 불러주려고 노력한다.

오히려 내가 어색해하는 중이다.

sns에도 앞에 이름을 넣어 계정 이름을 바꿨는데 어떤 인플루언서 라방에서 자꾸 바꾼 내 이름을 부르더라. 하지만 난 나인 줄 모름ㅋㅋㅋㅋㅋㅋㅋㅋ 으하하하하하하하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부산도 지난주부터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변경됐다. 이미 일주일 전 학원 강사가 확진되면서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15명이 확진되는 사태가 있었다. 학원  감염부터 이어진 엄마들의 불안감은 4단계로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면서 결국 ‘논술은 나중에라며 그만두는 일까지 생겨버렸다.

나는 점점  되는  같아 그동안 노력한 나에게 선사한 선물들과 휴가로 생긴 카드값부터 걱정이 됐다. 그다음엔 당장 다음  생활비 그리고 운영비다 걱정되지 않을  없었다.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 보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지? 에서 점점 불안해지고 마지막엔 나를 책망하기에 이른다.

‘그러게 돈 좀 작작 쓰지’

‘그러게 왜 내려와서 이 고생을 하고 살아’

한동안 나 자신을 책망하다 보면 우울감이 나를 집어삼켜 못난 나는 잠을 안 자고 나를 괴롭힌다. 학교 다닐 때도 괴롭힘 당해본 적이 없는데 내가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왜 나는 다른 친구들처럼 살지 못할까’

‘왜 나는 매번 이렇게 일이 안될까’


그래서 일부러 징징거릴 수 없는 사람들과 소통했다. 인스타나 유튜브 라방을 들어가서 대화를 하거나 우연히 시작된 메시지로 대화를 하다 보면 못난 나는 사라지고 걱정 없는 나만 남아있게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길게 가지는 못한다. 나는 생각보다 솔직한 사람이라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도 나에 대해 다 드러내야 한다.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랜선 인연’을 잘 만들지 못한다. 거기다 그 랜선 인연으로 맘고생을 크게 한터라 랜선으로는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게 겁이 난다.


잠깐의 달콤한 꿈에서 벗어나면 난 다시 우울하고 자책하는 나로 돌아온다. 나는 아무도 내가 힘든 이유를 공감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다들 나를 한심하게 볼 거라고 생각했다. ‘다들 나를 우울하고 불만만 많은 사람이라 생각하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의 ‘당연히 힘들지’가 나를 툭 건드렸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내가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나를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내가 바란 게 그런 이해였었나?

내가 어떤 모습이기 때문에 나를 응원하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나를 그대로 좋아해 준다는 걸 확인받고 싶었나?

내가 능력 있는 사람이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나의 외적인 힘듦이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고 싫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확인받고 싶었던 거 같다.



아마도 그건 내가 나를 평가하는 것일 거다.

나는 잘난 사람,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야 만족했다. 그래서 나는 누가 나를 싫어하고 사람들이 기가 세다, 싸가지 없다고 말 해도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건 내가 대학교 다닐 때부터 시작된 거였다. 방송할 때는

그게 최고조에 달했고 지금도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 스스로 나에게 만족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래서 나의 외적으로 생긴 문제에 좌절했던 거였다. 그런 문제들은 내가 여러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좌절하고 우울해하느라 방법을 찾고 해결하기보다 회피했다.


엄마가 했던 말이 이제야 뭔지 알겠다.

친구가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엄마는 나에게 내가 너무 욕심이 많다고 했다. 나에 대한 욕심이 너무 많아서 만족하지 못하는 거라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 노력하면 되는데 욕심이 과해서 문제가 하나 생길 때마다 좌절하고 무너지고 자책한다고.

친구가 나 자신에 대해 엄격한 거 같다고 한 것도 엄마의 말이랑 비슷한 의미일 것이다. 나를 그만 책망해야지. 그게 나에게 도움 되는 게 아니니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은 나 자체를 사랑해 주는 거지 내가 돈을 잘 벌고 예쁘고 이래야 나를 사랑해주는 게 아니니까.




근데 내가 막 돈도 없고 빚쟁이에 일도 잘 안 되는 사람이어도 나를 좋아해 주는 게 맞나?

아 아직 정신 못 차렸네.

정신 못 차린 거 맞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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