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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Aug 17. 2021

감히 죽겠다 했다

건방지게

무서워하는 너를 앞에 두고

나는 장난처럼 웃었다

울며 나를 올려다보는 너를 앞에 두고

네 머리를 쓰다듬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걱정하는 너를 앞에 두고

나는 죽겠다고 했다

그러는 편이 낫겠다고 했다

울어서 퉁퉁부은 눈을 보고도

나는 죽어버리겠다 했다


아파하는 너를 두고

나는 감히 죽는 게 나을 거라 다짐했다

죽으면 아파하는 너를 안 봐도 되니까

이만 죽어도 좋겠다 했다

감히 죽음을 입에 올렸다

감히 죽음을 입에 올린다



백신을 맞으면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동생의 말에 난

그럼 죽으면 되지. 난 죽을 거야.”

하고 말했다. 그런 말을 왜 하냐고, 그런 말을 왜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냐며 동생은 타박을 했다. 하지만 못돼 처먹은 나는 아랑곳 않고

이왕 죽는 거 차 타고 가다가 누가 나 좀 박아주었으면 좋겠다. 운전자 보험이랑 자동차 보험에서 보험금 받게. 그걸로 우리 엄마 호강하게. 엄마 에르메스 사.”

라고 하는 말에 동생을 화를 냈다. 그게 뭐가 효도냐고 왜 부모님 생각은 안 하냐고. 화를 내는 동생에게 장난이라고

했지만 동생은 삐지고야 말았다.


반은 진심이었고 반은 농담이었다. 백신 부작용 논란이 자꾸 나오면서 아픈 것보다 그냥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 건 사실이다. 그리고 혹시 내가 죽어야 한다면 우리 엄마 아빠한테 돈 좀 남기게 사고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맘도 있었다. 이게 엄마 아빠 오빠와 다른 가족들에게 상처라는 걸 안다. 그런데 마음이 너무 힘들 때는 그냥 다른 걱정 안 하고 살게 여기까지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내가 죽어서 남기는 게 엄마 아빠에게 효도라는

건 거짓이다. 아프겠지. 많이 아프겠지.

우리 집에 수도만 얼어도 하루 종일 전전긍긍하던 엄마 아빠인데, 내가 너무 자주 아파서 걱정인 엄마 아빠인데 내가 죽으면 많이 힘들고 아프겠지.

내가 아파서 병원 드나들 때 엄마 아빠는 양방 한방을 다 알아보며 양방병원 한방병원을 다 데리고 다녔다. 다행히 좋은 의사를 만나서 나는 몸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엄마는 걱정이 많다. 이런 것만 봐도 내가 죽는다는 말을 꺼내는 건 불효 중에 불효일 것이다.


그런데 마음이 힘들 때는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력이 없다. 머릿속엔 온통 나의 힘든 상황만 가득하다.

이래서 우울함이 무섭다. 아니 얘는 조금만 우울해도 아주 지가 내 모든 기분을 다 집어삼켜서 무서운 생각만 하게 해. 아 그리고 마침표도 짜증 나ㅋㅋㅋㅋㅋㅋ 왜 자꾸 다음 줄에 찍혀? 원고지 모르냐?




엄마 걱정 마. 나 안 죽어.

나 이거 보고 웃는 중이거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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