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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Aug 24. 2021

나도 모르는 내 맘

난 그냥 저음의 서울남자가 좋아 ㅋ


 부산은 태풍으로 한 바탕 소란이 일었지만 지금은 잠잠하다. 태풍이나 자연재해를 무서워하지 않았었는데 여기 온 이후로 난 자연재해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게 됐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직접 겪어야지만 아는 동물인 거 같다.


 나는 작년 태풍 때 ‘결혼을 해야 하나?’ 고민했고, 이곳이 너무 무서워서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고작 태풍에 내 인생을 맡기는 선택을 하긴 싫었다. 물론 이곳을 떠나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은 쭉 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곳, 알지 못하는 곳에서의 생활은 몇 해가 지나도 어렵고 힘들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처음이 아님에도 이곳은 이상하게 힘들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고 하고, 또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 살아봤던 누군가는 그런다. 지역적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사람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뭔가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런가?



 난 사투리 쓰는 사람이 좋았다. 특히 강한 경상도 사투리를 들으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막내작가 때는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섭외를 하는 게 중요한 일인데 한 번 일반인 출연자들을 많이 섭외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때 부산지역의 대학생들을 한꺼번에 출연을 시키기로 했고 그 학생들 중에 장기자랑을 시킬 학생을 찾느라 난 일일이 전화를 해야만 했다. 그때 진짜 경상도 사투리를 들었다. 그리고 전화하는 시간이 참 즐거웠다. 아하하하하하

 그래서일까? 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남자를 만나고 싶었었다. 강한 마초스러움이 얼마나 좋던지. 그런데 이제는 그냥 그렇다. 마트에만 가도, 아니 길거리만 돌아다녀도 들리는 사투리가 사실 이젠 듣기 싫다. 여기서 듣는 사투리는 내가 기대했던 그런 사투리가 아니다. 저음의 목소리로 하는 세상 상남자의 그런 사투리를 좋아했는데 왜 그런 목소리는 없어요?


 마음도 맞지 않는다. 이 사람들은 솔직한 건지 뭔지 모르게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말한다. 이건 내가 아는, 사람들만 해당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왜 남의 기분이나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내 기준엔 그건 솔직이 아니라 무례에 가깝다.


운전은 더 가관이다.

‘제발 깜빡이 좀 켜.’

 깜빡이 안 켜는 게 자랑도 아니고 잘하는 것도 아닌데 이들은 깜빡이를 안 켠다. 이것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거라는 걸 모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이곳에 살고 이곳을 떠나야겠다 맘을 먹지 못했다. 이기적이고 무례하고 깜빡이 안 키는 사람들 틈에서 살지만 이들이 밉지는 않으니 참 신기하다. 그리고 이번엔 태풍도 안 무서웠다. 그냥

‘아 태풍이 오는구나’ 하고 내 할 일을 했다.


이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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