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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Aug 29. 2021

코로나19 백신 맞았어요

화이자 1차 접종 후기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라 백신을 일찍 맞을 수 있었는데 치열한 예약 전쟁을 치르기가 싫어 맨 마지막 날로 예약했다. 막상 예약 하니까 또 너무 늦은 것 같아서 취소하고 다시 앞의 날짜로 당길까 잠시 생각했지만 귀찮아서 그냥 두었다. 그래서 목요일에 백신을 맞고 왔다.




나는 병원이 아니라 예방접종센터에서 맞았는데 거긴 체육관을 접종센터로 꾸며놓은 곳이었다. 그래서 주차장부터 쾌적한 병원과 달랐다. 주차를 하고 한 참을 걸어갔어야 했는데 전 날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너무 습하고 더웠다. 거의 등산하다시피 걸어 올라갔더니 입구에서 안내하시는 분들이 부채를 나눠주시며 반갑게 맞아주신다. 그 웃음에 화난 마음이 녹았다. 뭔가 인상 쓰고 힘든 척 하기가 미안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도착 순서대로 예진표를 작성하고 대기를 한다. 그날이 마침 20대 이상 백신 접종 첫날이라 9시 밖에 안 된 시간이었는데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우리는 넓은 시청각실 같은 곳에 거리를 두고 앉아있다가 번호를 호명하면 내려가서 백신 접종 절차를 밟았다. 내려가면 신분증과 예진표를 확인하고 접종하기 전 안내부스? 같은 곳에 가서 공지사항을 듣는다. 사실 이 안내부스가 최악이었다. 뭐 매일 하는 일이라 그렇겠지만 거기 계신 분이 너무 기계적인 걸 넘어서 불친절했다. 뭐라고 얘기하는지 잘 들리지 않아서

 “네? 잘 안 들려요.”

하고 되물었더니 되게 짜증을 내더라.

다른 때 같으면 왜 나한테 짜증이냐며 한 소리 했을 수도 있는데 그럴 수는 없었다. 그분이 ‘얼마나 힘들까’하는 이해보다는 곧 주사를 맞는다는 공포심이 나를 착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주사 놔주신 간호사 선생님이 정말 친절했다.

“오늘은 샤워하지 마세요.” 하는 말에 내가 “네?” 이러고 놀라니까 너무 찝찝하면 조심해서 씻으라며 공감까지 해주시고.




누구는 팔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고 하고 누구는 허리도 아팠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다. 일단 운전하고 오다가 왼쪽 팔에 힘이 들어가니까 불편했다. 4시간 정도 지나면 본격적으로 아프다고 했는데 나는 계속 욱신 거리고 어깨 결린 것처럼 아파서 죽 먹고 약 먹고 잤다.

그래. 나는 계속 쉬었어야 했다.


한 숨 자고 일어났더니 아픈 게 많이 괜찮아져서 택배 온 거 정리도 하고 집도 좀 치우고 실컷 놀았는데 자려고 누우니까 정말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너무 아프고 열이 나면서 붓기 시작했다. 끙끙 앓느라 밤새 잠을 설치다 아침이 돼서야 겨우 잘 수 있었다. 일어나서도 계속 많이 아팠다. 팔부터 손까지 부어서 주먹도 쥐어지지 않았다. 아파서 움직이는 것도 불편하고 힘든 그때 주사 맞고 받아온 안내문이 보였다.


평소에도 우리 오빠가 제발 설명서 좀 보라고 하는데 휴 나는 왜 그걸 그제야 봤는지. 붓기가 있거나 열이 나면 냉찜질하라고 돼 있더라.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까 그 불친절했던 선생님이 알려주셨다.

 “웅얼웅얼 냉찜질하세요.”


보자마자 나는 냉동실에 얼려둔 아이스팩에 수건을 감싸서 냉찜질을 해줬고 놀랍게도 붓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주먹도 쥐어지고 팔이 떨어져 나갈 것 처럼 아픈 것도 가라앉았다.


같은 날 백신을 맞은 친구는 바로 괜찮아졌다는데 신나게

집안일 한 나는 아직도 좀 아프다. 맞은 부위에 열도 좀 나고. 그래서 나는 지금 누워서 왼 팔에 아이스팩을 두고 글을 쓰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많이 좋아져서 찹스테이크도 해 먹었다.



아빠는 목요일부터 매일매일 전화로 내 안부를 확인한다. 오늘은 맛있는 걸 먹으라고 좋은 것 좀 먹으라고 그랬는데 “아빠. 돈을 주고 말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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