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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Oct 27. 2021

훅 (hook) 때문이야. 책임져

나는 오늘도 울보

엄마랑  시간 가량 통화를 했다.

엄마의 가장 큰 고민은 옛날 같으면, 옛날로 안 가도 되겠다. 애가 둘은 있어도 남을 나이에 결혼 안 하고 혼자 살겠다고 하는 오빠였다. 나도 물론 걱정이지만 오빠는 장손이라 주변 사람들의 압박아닌 압박도 스트레스인 거 같다.


그래도 나는 둘째라는 이유로 그 압박에서 조금 자유롭다. 엄마가 결혼 얘기를 꺼내면 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항상 ‘결혼  하고 말했었다.

그랬던 내가 마음이 조금 변했다.


내가 결혼하기 싫은 가장 큰 이유는 엄마 때문이었다. 나는 엄마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랑은 다르게 유난스럽고 아이 같은 아빠랑 사는 게, 부잣집 막내딸로 살다 가난한 집 큰 아들이랑 결혼해서 고생하고 사는 게 불행해 보였다. 엄마는 아빠와 살기 싫은데 우리 때문에 억지로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엄마는 나에게 아빠랑 싸울 때마다 오빠만 결혼시키고 이혼할 거라고 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빠는 아직도 결혼을 하지 않았고 엄마도 여전히 아빠랑 사는 중이다.

 엄마랑 아까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그런 이유로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내가 엄마를 불행하게 만드는 존재라고 생각했다고. 그런데 엄마가 작년에 우리 집에 와 있을 때 오빠랑 나 때문에 정말 행복했다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때도 엄마는 나에게 결혼을 강요했고 나는 안 한다고, 애도 안 낳을 거라고 딱 질색이라고 버티던 중이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아이가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데. 엄마도 너랑 오빠 때문에 많이 행복했어. 행복해.”

라고 말을 했다. 나는 의아한 한 편 놀라웠다. 우리가 불행의 이유가 아니라 행복의 이유였다니. 엄마의 그 말은 내내 내 머릿속을 돌아다녔고 사실 난 이제 비혼 주의자가 아니다.

결혼이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엄마랑 전화로 이 이야기를 하고 나서였다. 그리고 스우파가 하기를 기다렸다. 사실 난 프라우드먼을 응원했었기 때문에 파이널 팀들 중 크게 응원하는 팀은 없었다. 그런데 훅이 이럴 줄 몰랐다. 당연히 이 전에 했던 그런 무대일 줄 알았는데 노래 뭐야. 마지막에 뒤돌아있는 그 뒷모습마저 너무 애닳파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저지로 나온 보아가 그런 말을 했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 우리 엄마들이 다른 엄마들처럼 일반적인 사고를 하는 분들이 아니셨기 때문에 여기 있는 거라고. 노래 가사처럼 ‘너의 길을 가라’고 말해주는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방송작가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지금 이렇게 작게나마 사업을 할 수 있는 것도 다 엄마 덕분이다.


그래서 훅의 무대를 보고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은 이래저래 엄마를 생각하는 날인가 보다.


*좀 전에 결과가 나왔다. 훅 참 고맙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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